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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6 19:47 수정 : 2006.03.27 07:17

잇단 대륙 비난에 ‘국민당과 밀월 깨질라’ 골머리

천수이볜 대만 총통 등 ‘대만 독립’ 추진 세력에 골머리를 앓아온 중국 대륙이 이번에는 국민당의 스타 정치인 마잉주(56·마영구) 주석 때문에 또 다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2~23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마 주석은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백악관·국무부·국방부의 고위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났다. 하버드대 외교관계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 강연도 했다. 마 주석은 지난해 7월 쑤전창 당시 민진당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고 대만 <중국시보>가 26일 전했다. 더 중요한 건 이 기간 동안 마 주석이 행한 공개 발언이다. 하버드대 강연 등에서 마 주석은 “‘하나의 중국’이란 바로 중화민국”이라며 베이징을 향해 “중화민국이 필요한가, 아니면 ‘대만공화국’이 필요한가”하고 묻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미국 땅에서 중국 대륙을 ‘중화민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베이징 당국의 심경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국 대륙을 향해 날을 세운 그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의 중문 <연합조보>와 인터뷰 때 마 주석은 “중국 대륙 당국이 1989년 천안문 유혈사태에 대해 재평가하지 않는 한 통일에 대한 담판은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제스 국민당 정권이 대만 원주민을 학살한 1947년의 ‘2·28 사건’을 거론하면서 자신은 “국민당 주석으로서 과거사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며, “대만도 과거 권위주의적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대륙을 깔보거나 비웃을 수 없다”고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그는 “대만은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유혈사태도 발생하지 않았고 사회적 혼란도 겪지 않았으며,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대만의 경험은 대륙에도 큰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해 대륙의 ‘정치 민주화’가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평화적으로 청원하는 학생을 도살한 천안문 사태를 재평가하지 않는 대륙의 정권과는 대만 인민이 마음 놓고 협상을 할 수 없다”며 “대륙과 대만이 통일되려면 먼저 양쪽이 모두 민주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2월엔 “대륙 인사도 국민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다시금 대륙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그의 이런 최근 발언으로 인해 베이징에선 이른바 ‘마잉주 위협론’이 일고 있다고 홍콩 <아주시보>가 26일 전했다. 베이징과 광저우의 일부 언론 종사자들은 “마 주석이 작디작은 대만의 장악에 만족하지 않고 대륙에 ‘정치개혁’을 촉구함으로써 대륙의 공산당 통치 기반을 흔들려 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잉주는 대만 뿐 아니라 홍콩의 젊은 층과 동남아의 화교사회에서도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런 ‘마잉주 현상’이 대륙에까지 불어닥칠 경우 중국 젊은 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해 롄잔 당시 국민당 주석을 대륙에 초청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하고 이른바 ‘3차 국·공합작’을 추진함으로써 대만 독립 추진 세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겼다. 지난해 7월 마잉주 타이베이 시장이 국민당 새 주석에 당선됐을 때 후 주석은 국·공 내전 이후 처음으로 공산당 총서기 이름으로 국민당 주석에 축전을 보냈고, 지난해 12월 국민당이 지방선거에 압승을 거뒀을 때도 중국 당국은 공개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당국은 해외를 돌며 자유로운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마 주석에 대해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아주시보>는 천수이볜 총통으로 대표되는 ‘대만 독립 세력’에 비해 결코 만만하다고 할 수 없는 마 주석 등 ‘중국 대륙 민주화 추진 세력’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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