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6 19:32
수정 : 2006.04.06 23:28
후진타오 방미 전후 ‘심리저지선’ 붕괴 전망
미국 ‘절상 압력’에 EU는 ‘천천히’ 딴목소리
중국 위안화 가치의 오름세에 탄력이 붙었다.
6일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는 1달러에 8.0079위안을 기록해 전날(8.0087위안)에 이어 이틀 연속 8.0100위안 이하로 거래됐다. 위안-달러 환율이 8.0100위안 아래로 하락(위안화 가치는 상승)한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2월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절상 행진의 폭이 최근 들어 커진 결과다. 지난해 7월 위안화가 2.1% 절상된 뒤 새로 1% 이상 오른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에 나서는 이달 20일을 전후해 ‘심리적 저지선’인 8.0000위안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5일 의회에서 미 정부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인 듯하다.
스노 장관이 호의적인 평가를 했어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출 가능성은 적다. 스노 장관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며칠 앞서 티머시 애덤스 재무차관은 중국의 환율정책이 “너무 조심스럽다”고 비판하며, 당장 환율 변동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의회는 행정부보다 더 강경하다. 위안화 절상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중국에 관세 이외의 여러 방식으로 보복조처를 취한다는 내용의 법안 등이 준비되고 있다.
미국이 갈수록 불어나는 무역적자 문제를 풀겠다며 이처럼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큰 호응을 얻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우선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딴 목소리를 낼 태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유럽연합이 미국과는 달리 중국에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 유럽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급상승은 미국으로 유입되던 자금 일부가 미국 밖으로 유출되도록 만들어 달러-유로 환율의 상승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유럽 경제에는 악재다. 미국으로서는 유럽연합의 이런 태도가 야속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사설에서 유럽연합의 움직임을 지지한 것도 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경제전문가들 가운데는 위안화 절상으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를 그 사례로 들었다. 2001년 7월 이후 지난해까지 유로화가 달러화에 비해 44% 절상됐지만 미국의 대유로지역 무역적자는 오히려 75%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이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하기 어려워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상은 대중 무역적자 해소책으로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설령 수입처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무역적자 확대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 등은 결국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중국 등 미국 이외 나라들이 내수 부양에 나서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경 선임기자, 외신종합
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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