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0 19:17
수정 : 2006.05.10 19:17
중국 화학공장 들어선 두마을
5년새 암환자 200명 발생
중국의 급격한 경제개발의 심각한 후유증이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 공개됐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 뉴스채널의 시사 프로그램 <동방시공>은 최근 ‘암마을’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톈진시 베이천구 시티터우진의 류콰이장과 시티터우촌 등 두 마을의 실태를 공개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짙은 독가스 같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 ‘독가스’와 같은 대기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진 상태였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만성 기침과 목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보도를 보면 최근 5년 내 두 마을에서만 200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으며,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51살에 지나지 않았다.
맑은 공기와 물, 비옥한 토양에 배추밭으로 유명한 두 마을은 20년 전 화학공장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지옥의 마을로 변했다. 처음 주민들은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농사일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 공장 폐수, 배기가스, 공장 폐기물 등 ‘세 가지 오염물질’이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톈진시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류콰이장과 시티터우촌 두 마을의 10만명 당 발암자 수는 각각 1313명과 2032명으로 중국 전국 평균 10만명당 발암자수 70명보다 20~30배 높게 나타났다. 주민들은 “당국이 공해 배출이 심각한 화학공장들의 문을 닫아 수원지가 이제 문제가 없게 됐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작은 화학공장들이 당국의 비호 아래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 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류콰이장 마을의 공산당 퇴직 간부는 10일자 타이베이 <중앙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생을 당에 바쳤지만 지금은 자식에게 물려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오로지 남은 희망은 빨리 죽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안밝힌 이 당원은 화학공장에서 나온 오염된 공기와 물로 자신이 죽어간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법률적 근거나 항의 방법을 몰라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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