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5 18:04
수정 : 2006.05.15 18:04
교황청,‘독단 임명’ 두 주교 파문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중국천주교애국회가 바티칸 교황청의 동의 없이 다시 주교를 임명해, 바티칸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천주교애국회는 14일 이 단체 부주석 잔쓰루(45)를 푸젠성 민둥 교구의 주교로 임명했다고 영국 <비비시> 인터넷 중문판이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천주교애국회는 이날 푸젠성의 구톈현 성당에서 독자적으로 잔 주교의 서품식과 경축 미사를 열었다. 이 성당의 관계자는 “잔 주교는 애국회가 임명한 것이며, 바티칸은 임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잔 주교는 지난 12일 “이미 바티칸에 주교 임명과 관련해 승인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며 “바티칸의 승인은 매우 중요하지만, 주교좌가 비어 있는 교구를 방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애국회의 부주석 류보녠은 “민둥 교구는 지난해 셰스광 주교가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었다”며 “2000년부터 민둥교구에서 주교보로 일해온 잔쓰루를 주교에 임명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애국회는 지난달 20일 쑤저우교구 주교에 쉬훙건을, 지난달 30일 쿤밍 주교에 마잉린을, 지난 3일 안후이 주교에 류신훙을 바티칸의 동의 없이 임명해 바티칸으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대변인을 통해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해, “중국 당국의 임명은 교회의 단결에 엄중한 위해를 가한 행위”이며 “종교의 자유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바티칸 교황청 대변인은 또 4일 마잉린, 류신훙 두 주교와 이들에 대한 서품의식을 집전한 두 신부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1951년 단교한 이후 최근 수교를 위한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바티칸은 ‘주교 임명권’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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