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6 20:40
수정 : 2006.11.26 20:40
후진타오 인도와는 ‘줄타기’
파키스탄과 실질 협력 강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잇따라 방문한 뒤 26일 귀국했다. 카슈미르분쟁 등으로 세 차례나 전쟁을 치른 인도-파키스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는 후 주석은 공평하게 두 나라 모두 나흘씩 머물렀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핵에너지 협력’을 언급한 데 이어, 25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에도 ‘공동성명’을 내고 핵에너지 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겉보기엔 중국이 두 나라 사이 줄타기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후 주석의 인도 방문은 망명 티베트인들의 시위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선 무샤라프 대통령이 공항까지 나온 데 이어 가는 곳마다 연도에 환영 인파에 묻혔다. 인도와 핵 협력 문제를 거론하긴 했으나, 중국은 미국-인도 사이 핵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을 주장했고, 인도는 중-파키스탄 사이 핵 협력을 문제 삼는 등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과 파키스탄 공군은 후 주석의 방문 기간 동안 장거리 레이더 부착 조기경보기를 포함해 항공기 제조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을 과시했다. 파키스탄 국영 텔레비전에 출연해 중국어로 연설할 기회까지 얻은 후 주석은 최근 7.5%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파키스탄을 크게 추어올린 뒤 “중국과 파키스탄의 우호관계는 히말라야산보다 높고 인도양보다 깊으며 꿀보다 달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기간 동안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과 ‘중-파키스탄 경협 5개년 발전계획’ 등 모두 18개 항목에 서명했다. 또 지난해 42억6000만달러이던 두 나라 무역총액을 5년 안에 15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고, 중-파키스탄 사이 30억달러에 이르는 교역 계약도 맺었다. 이런 성과는 중국이 “파키스탄을 희생하면서까지 인도와 관계를 발전시키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는 26일 풀이했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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