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워 중국 견제’ 명백
중, 보란듯 ‘러’ 와 군사회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첫 아시아 순방을 통해 ‘일본의 역할 확대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틀이 드러나면서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라이스 장관이 도쿄 조치(상지)대학에서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분명한 어조로 지지하는 등 일본의 구실 확대를 염두에 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라이스 장관의 발언에서 오랜 동맹국인 일본이 커져가는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을 견제할 세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중국의 ‘화평굴기’(평화롭게 일어섬)를 환영하지만, 중국은 그 능력을 국제적 책임과 조화시켜야 한다”며 중국이 수단과 미얀마 등 “탄압적인 정권들”과 경제적 거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대아시아 정치·경제·안보 정책의 전략적 틀에 맞게 사회·정치 체제를 적응시켜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라이스 장관은 “미-일 동맹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중국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아주시보>도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서로 ‘견제 카드’를 빼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라이스 장관 방중을 사흘 앞둔 17일 러시아와 올해 가을 실시할 양국 첫 합동군사훈련 문제를 논의했으며, 라이스 장관은 이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에 앞서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해 안보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량광례 중국군 총참모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바르야프스키 러시아 군 총참모장과 17일 회담했으며, <아주시보>는 라이스 방중 직전에 이뤄진 중·러 군 최고책임자의 회담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 카드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18일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미국 보수파들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유대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민족주의 움직임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박민희 기자 leess@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