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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15인 이상 집단항의 사건 발생 건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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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불만 탓 이해관계 없는 충돌 급증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집단시위 가운데 적지 않은 경우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군중이 항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1993년 8700건에서 2005년 8만7000건으로 12년 새 10배로 증가한 집단항의 건수의 폭증도 문제지만, 공권력에 대한 군중의 ‘일반적 적대감’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군중들이 ‘구경꾼’에서 ‘항의 주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우루이화(68)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12일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정협 10기 5차 전체회의에서 “‘직접 이해관계 없는 사회충돌’ 현상이 각지에 만연해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직접 이해관계 없는 사회충돌’이란 “어떤 항의사태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군중이 참가해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지난해 벌어진 △쓰촨성 광안 의료사고 군중 시위 △장쑤성 진탄 금융 분규 △광저우시 교통사고 항의 군중 시위 등을 예로 들었다. ‘쓰촨 광안 의료사고’란 지난해 11월 쓰촨성 광안시에서 농약을 마신 어린이에게 병원이 “돈을 더 가져와야 위 세척을 해주겠다”고 늑장을 부려 결국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유족의 항의로 시작했으나 구경꾼이 가세하면서 경찰과 충돌해 시민 5명이 사망했다. ‘장쑤성 진탄 분규’는 금융사기에 대한 항의가 대규모 시위로 발전한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중국경제신문>은 여기에 참가한 군중의 80%가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라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10월 광저우시 바이윈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에 대한 항의 시위도, 처음엔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의 경찰에 대한 항의에서 비롯했으나, 주변의 구경꾼들이 항의 주체로 바뀌어 경찰과 충돌해 진압경찰 1명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로 번졌다. ‘직접 이해관계 없는 사회충돌’의 전형은 2004년 10월18일 충칭 완저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가짜 공무원의 도시 일용노동자 폭행에서 비롯한 이 사건은 “공무원이 사람을 때리면서 ‘돈이면 무슨 일이든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이 번지면서 군중 폭력시위로 발전해 다수의 차량이 파괴되고 불탔으며 지방정부 청사까지 습격당했다. 더우 위원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방정부의 농민 토지 징발, 기업 정리, 주택 철거 등이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으며, 각종 과세 독점 징수, 정경유착, 분배 불평등 등의 문제가 서민의 일반적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공산당의 고위 지도부도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 사법계 최고 지도자인 뤄간 중앙정법위 서기는 지난달 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에 발표한 글에서 “일부 군중은 자기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건을 빌려 장기 누적된 불만 정서를 폭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가을 열린 중국공산당 16기 6중전회의 문건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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