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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외국에 대한 자국민들의 감정을 외교관계의 지렛대로 사용하곤 했다. 최근 중국 내의 반한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26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공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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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반한’ 댓글 넘쳐…올림픽서도 한국 상대팀 응원
민족주의 강한 젊은세대 주도…한국기업 영향 조짐도
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기업 주재원 10여명이 모였다. 이날의 화제는 단연 올림픽 기간에 중국 관중들이 보여준 ‘반한감정’이었다. 삼성의 한 주재원은 “조만간 중국에서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중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한국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들에겐 야유를 퍼붓고, 상대 선수들에겐 “자요우”(加油·힘내라)를 외쳤다. 상대가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이어도 중국 관중들의 응원은 한국을 향하지 않았다. “시합에서 약자를 응원하되, 일본만은 예외”라는 중국 민족주의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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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태도는 이런 중국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불안이 중국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흔들고 있다. 한인회의 한 간부는 “중국을 여전히 후진국으로 보는 시각과 대국으로 보는 시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국의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반한감정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본받아 발전한 중국이 이젠 좀더 높은 단계의 산업을 원하고 있으나, 한국의 실력이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한감정은 이제 한국의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으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 사례가 한국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기업체 임원은 “중국의 인터넷과 누리꾼들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이들이 특정 기업을 공격하면 누구도 배겨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한 이후 급속하게 관계를 발전시켰다. 그 기간에 두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모든 방면에서 우호관계를 확립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주요 투자국이다.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전면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반한감정은 두 나라의 이런 밀월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접촉면이 확대되면서 서로 보지 못했던 부분이 돌출하고, 뒤이어 갈등의 싹이 커지고 있다. 크게 보면 한·중관계가 호시절을 벗어나 현실화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친한에서 반한으로 넘어온 중국인들의 시각이 혐한으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지한(知韓)으로 깊어질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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