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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딸 장옌을 잃은 우쿤췬(38)이 8일 서글픈 표정으로 딸의 영정을 들고 있다. 졸업을 10여일 앞두고 무너진 학교에 깔려 숨진 당시 열다섯살의 장옌은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두장옌/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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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 잃은 학부모들의 슬픔
12일은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쓰촨성 정부의 집계를 보면, 당시 대재앙으로 6만8712명이 숨지고, 1만7921명이 실종됐다. 시간이 흘러 건물과 도로는 상당 부분 복구됐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컨테이너로 만든 난민촌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쓰촨성 대지진이 남긴 상처와 이를 조금씩 치유해가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중국정부, 진상 규명없이 학부모 접근조차 막아“균열 조금만 손봤어도 아이들 잃지 않았을텐데” “지은 지 몇 십년 된 낡은 집들도 멀쩡한데 학교만 무너졌습니다.” 대지진이 닥쳤을 때 중학교에 다니던 딸 장옌(당시 15살)을 잃은 우쿤췬(38)은 자식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지진이 아니라 ‘학교’라고 믿는다. 건물을 너무 부실하게 지은 탓에 작은 충격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8일 오후 쓰촨성 두장옌 근처 쥐위안의 난민촌에서 만난 그는 “학교는 ‘두부’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가슴을 쳤다. 딸은 당시 졸업을 10여일 앞두고 숨졌다. 15살 생일을 지난 지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 삽시간에 건물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그는 지금도 그 순간 딸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생각하면 숨이 가빠진다. “내가 죽더라도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이 왜 이리도 잔인합니까?” 학교는 처음부터 탈이 많았다. 그가 어느 날 학부모회의에 갔더니 베란다에 균열이 번지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베란다에서 노는 학생들에게 위험하니 교실로 들어가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지진이 닥치자 결국 학교는 계단만 남기고 폭삭 내려앉았다. 그는 “균열을 조금 손만 봤더라도 아이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학생들의 공동묘지로 변한 학교는 언제부턴가 ‘금지구역’이 됐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조차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다. 지난 청명절 날엔 몇몇 부모들이 학교에 들어가 향불을 피우고 종이돈을 태우다 당국의 제지로 곤욕을 치렀다. 두명이 끌려가고, 우쿤췬도 얼굴을 맞아 피를 흘렸다. 자식들을 추모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그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컨테이너로 만든 집에는 지금도 딸이 쓰던 책이며, 옷가지가 남아 있다. 화장대 위엔 딸이 좋아했던 토끼 귀를 닮은 머리띠가 놓여 있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는 딸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그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딸은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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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베이촨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9일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서 있다. 베이촨/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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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수백명의 학생들이 숨진 베이촨 중학교에서 노부부가 향을 피우고 종이돈을 태우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교사로 일하던 형제를 잃었다. 베이촨/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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