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더이상 못 참겠다” 홍콩으로 중국어판 옮겨
중 정부 “구글이 약속 깼다”…사이트 차단 가능성
“중국 구글 검색 서비스의 새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3일 새벽부터 구글 차이나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구글 홍콩 사이트로 연결되며 위의 문구가 뜬다. 구글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이날 중국어판 검색 서비스를 중국 본토에서 철수했다. 중국발 해킹과 검열 정책을 비난하며 중국 정부와 갈등해온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구글은 홍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회전략을 통해 중국의 검열 정책에 도전장을 던졌다. 1국2체제에 따라 홍콩에서는 검열을 받지 않는다. 또 구글은 중국 내 검색사업과 관련한 연구개발이나 광고 영업 부문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검열을 피하면서도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에서 모든 사업을 철수하지는 않으려는 절충적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비난에 나섰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3일 새벽 성명을 발표해 “구글은 중국 시장에 들어올 때 서면으로 한 약속을 위반했다”며 “구글이 검열을 중단하고, 해킹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애국주의 색채가 강한 <환구시보> 등에서는 구글을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개인 블로거들은 구글을 지지하는 글도 올리고 있다. 현재로선 구글이 계획한 대로 중국 내 사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 쪽이 검열 행위에 반발해 구글 차이나 도메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중국 내에서 구글 홍콩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보복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3일 중국 내에서 구글에 접속해 ‘천안문광장 1989’나 ‘파룬궁’ 등 민감한 단어를 검색하면 결과가 곧바로 차단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차단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데이비드 드러먼드 수석부사장은 블로그에 “중국에서 (검색 이외) 다른 영업 활동의 규모는 중국 정부가 구글 홍콩 서비스의 방문을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1월 중국의 해킹과 검열을 비판하며 중국 시장 철수를 경고한 뒤 중국 정부와 해법을 논의해 왔으며, 이는 올해 들어 악화된 미-중 관계의 시금석으로 주목받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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