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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싱 딩수진에 있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의 거대한 전통 가마 용요. 명청 시대의 모습 그대로 현재도 자사다호를 구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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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성 이싱시 ‘자사다호’로 연매출 100억위안 넘어
원석 1년이상 숙성…유약 안쓰며 모두 수작업 제작
온종일 두드리고 매만지는 장인의 손에서 돌가루 반죽은 마술처럼 아담하고 단아한 다호(茶壺: 찻주전자, 중국음은 차후)로 변해간다. 침묵 속에서 집중해야 하는 엄청난 인내와의 싸움이다. 이곳에선 어린아이들도 3살만 되면 부모 옆에서 반죽을 다듬으며 도자산업에 뛰어든다.
중국 최대 호수인 타이후(태호)변에 위치한 장쑤성의 작은 도시 이싱(宜興)을 중국의 다호와 차 사업을 대표하는 부자도시로 만든 풍경이다. 지난 20일 찾아간 이싱시 딩수진(丁蜀鎭)은 어디를 거닐든 다호 제작소와 판매점, 차밭으로 가득했다. 이 지역 인구 25만여명 중 5만여명이 자사다호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싱 시내 도자산업의 중심지인 딩수진에 자리잡은 도자기 회사가 1200개가 넘는다. 가내수공업 형태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 지역 산업 관계자들은 이곳의 한해 자사다호 매출이 100억위안(1조6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싱은 중국 ‘도자의 수도’(陶都)로 불린다. 이 지역 일대에서만 생산되는 자사(紫砂)라는 자줏빛이 도는 돌을 재료로 생산되는 자사다호는 중국 차 문화의 자랑이다. 송나라 때부터 자사는 도예 재료로 쓰이기 시작해 명나라 중엽 차 문화와 결합하며 자사다호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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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찻주전자 빚는 ‘중국 최고 부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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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수진의 한 장인이 집 안 작업장에서 자사다호를 만들고 있다. 하루에 몇개를 만드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루 종일 한개를 만든다”고 했다. 그의 아내도 함께 다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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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원산지인 이싱 황룽산에서 마을 주민이 자사를 채취하다가 활짝 웃고 있다. 정부는 채취를 금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중요한 수입원인 자사를 계속 채취해 내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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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싱 정부는 현재 대부분 소규모 수공업 형태로 생산되는 자사다호를 표준화·브랜드화해 산업 규모를 키우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싸구려가 아닌 명품 ‘메이드 인 차이나’가 이싱의 죽순처럼 힘차게 자라고 있다. 이싱(장쑤성)/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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