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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2 19:51 수정 : 2010.04.02 21:15

자오롄하이(37)

중국 중산층이던 자오롄하이
3살 아들 멜라민탓 발병에
피해자 부모들과 보상 투쟁
“불안 선동” 혐의로 구속돼





자오롄하이(37·사진)는 신문사의 편집자이자 광고 담당자로 일하는 평범하고 행복한 중산층 시민이었다. 2008년 9월 당시 세살난 아들 펑룬이 멜라민 오염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에 걸린 것으로 판명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자오는 ‘신장결석아기들의 집’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멜라민 오염 우유 때문에 질병을 앓게 된 아이들과 부모들을 지원하는 일에 나섰다. 수천명의 피해 부모들이 그의 사이트에 모여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의지하고 사연을 언론에 알리는 일에 나섰다. 우유회사들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아낼 교섭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장도 이곳이었다. 자오는 ‘신장결석아기들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자오와 피해 부모들은 지난해 1월 해외언론과 기자회견을 하려다 구금되기도 했다. 또 멜라민 파동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유제품 기업 사장의 재판을 방청하려다 금지당한 데 항의해 법원 밖에서 시위도 벌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자오는 베이징 다싱구인민법원에서 수갑을 찬 피고로 재판정에 섰다. ‘멜라민 사건을 이용해 사회불안을 선동하고, 불법집회를 열고, 슬로건을 외치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다. 홍콩 언론들은 자오의 사연을 전하며 “피해자의 아버지로 법정에 서기를 고대했던 그가 피고가 됐다”고 보도했다.

자오는 법정에서 자술서를 통해 “피해자의 아버지로서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이들의 건강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했을 뿐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우리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너무 큰 고통과 압력, 아픔을 겪었다”고 말했다. <명보>는 자오가 3년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자오가 체포된 뒤 한번도 그를 만나지 못한 아내 리쉐메이와 이제 5살이 된 아들 펑룬은 재판 방청도 금지당했다. 리쉐메이는 경찰들에게 강제로 끌려서 쫓겨났고, 펑룬은 ‘아빠 사랑해요’라는 종이를 들고 계속 울었다.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멜라민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당국이 자오를 처벌함으로써 다른 부모들에게 겁을 주려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재판정에 세우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이 정의를 얻을 수 있는 재판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든 멜라민 오염 유제품 파동으로 중국에서 6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30만여명이 신장결석 등 병에 걸렸다. 수술을 받지 않은 어린이들은 2000위안(33만원),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3만위안(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부모들은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며 지금도 많은 치료비가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올들어 중국에선 2008년 당시 폐기돼야 했던 멜라민 오염 분유를 계속 사용하던 유제품 기업들의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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