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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장춘셴(57) 후난성 당서기, 왕러취안(65) 당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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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파 새 당서기 임명
작년 ‘위구르-한족’ 충돌
민심 달래기 조처 해석
중국 서부의 광활한 소수민족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를 15년 동안 통치해온 ‘신장의 왕’ 왕러취안(65·왼쪽사진) 당서기가 물러났다. 지난해 위구르족과 한족의 충돌로 약 200명이 숨진 ‘7·5 우루무치 사태’ 이후 민심을 달래려는 조처다.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미지의 장춘셴(57·오른쪽) 후난성 당서기가 신장의 신임 당서기로 임명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 통치정책을 온건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직접 우루무치에서 열린 신장 당간부회의에 참석해 왕러취안 당서기의 경질을 전격 발표해, 중국 지도부가 위구르족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줬다. 시 부주석은 당과 국가는 신장을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장춘셴 신임서기가 신장을 이끄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며 기대를 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산둥성 출신인 왕러취안은 1991년부터 부성장(4년), 당서기(15년) 등을 맡아 19년 동안 신장을 통치하면서 중국의 신장 통치정책을 주도했으며, ‘신장의 왕’으로 불렸다. 1997년 신장 남부 이닝에서 일어난 분리독립 시위를 강경진압한 뒤 관련자 처형·투옥, “불법” 이슬람 사원과 종교학교 폐쇄 등 강경책을 폈다. ‘안정 최우선’ 정책으로 강력한 분리주의 소탕작전을 펴 위구르족들의 원한을 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는 소수민족 지역을 강력하게 장악하는 그의 통치력을 높이 평가했고, 왕러취안은 2002년 중국 최고 지도부 대열인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7월5일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들의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하고 한족들의 보복 움직임과 ‘주사기 테러’ 등으로 민심이 불안해지면서, 당내에서도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루무치 사태 1주년이 되기 전, 불안한 도화선을 차단하기 위해 그를 전격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왕러취안 경질로 신장 통치정책의 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중국 전체 영토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광활한 땅에 막대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소수민족 지역인 신장을 강력하게 장악하려는 중국 지도부가 종전의 정책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구르 독립운동 단체인 세계위구르협회의 딜사트 라시트 대변인은 “지도부 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국은 억압을 통한 통치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위구르인들의 정치적 요구를 존중하라”는 반응을 내놨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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