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2 21:12
수정 : 2010.06.22 21:12
고시환율 5년만에 최저…1달러당 6.7980위안으로
인민은행 “위안 결제 전세계 거래처로 대폭 확대”
지난 주말 외환시장 개혁 방침을 밝히고도 21일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중국이 22일 달러에 대한 기준환율을 0.43% 낮췄다.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뒤 가장 낮은 수준으로, 26~2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목전에 둔 조처다.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전날 6.8275위안으로 고시했던 기준환율을 6.7980위안으로 내렸다. 21일 외환시장에서 6.7969까지 기록한 위안의 시장가치와 거의 같다. 지난 2년 남짓 6.8대를 고수하던 위안의 가치에 “유연성”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된 셈이다. 중국은 지난 19일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방침을 밝혔으나 주말 뒤 첫 거래일인 21일에는 3일 전 기준환율을 내걸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바 있다.
이번 조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테이블에 내놓을 외환시장 개혁의 ‘증거’로 쓰일 전망이다. 중국의 국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연구원 이셴룽은 “(기준환율 인상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일종의 외교용어”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지난 3~4월 달러 자산 매입을 다시 늘려 모두 9002억달러(약 1068조원)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최근 집계되기도 했다. 역시 대중 무역적자에 불만에 높아진 미국의 ‘심기’를 살핀 조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위안 매집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맞서 ‘베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중국 은행들이 22일 달러를 사들였는데, 외환시장 개혁이 기대와는 반대로 위안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위안은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 기준환율을 웃도는 6.82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환율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이날 무역 결제에서 위안 사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환율 변동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처에 나섰다. 중국은 그동안 상하이와 광둥성 4개 도시에서 365개 업체에만 위안을 무역 결제수단으로 허용해 왔으며, 거래 상대는 홍콩과 마카오 및 아세안 10개국으로 제한해 왔다.
인민은행은 앞으로 베이징과 톈진, 쓰촨성과 저장성 등 20개 시·성에서도 전세계 거래 상대방과 위안을 무역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으나 적용 대상 업체 수는 공표하지 않았다. 이런 조처는 위안의 국제 결제통화로서의 지위 강화를 노린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