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3 20:13
수정 : 2010.08.03 20:13
구타로 다리 마비·투옥
변호사 자격도 박탈돼
베이징이 올림픽 유치의 환호로 들떠 있던 지난 2002년, 중국 정부기관의 법률고문가로 일하던 여성 변호사 니위란에게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베이징 서부 지역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왔다.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을 현대적 도시로 개조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캠페인으로 베이징 곳곳의 전통 주거지역과 골목들이 불도저에 밀려 한창 사라지고 있었다.
이후 니위란은 줄기차게 강제철거에 맞서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지원하면서 적극적인 활동가로 변신했다. 그의 도움으로 일부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니위란은 정부의 눈엣가시가 됐고, 대가는 컸다. 그는 두 번 투옥됐고, 경찰의 구타로 두 다리가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다. 변호사 자격은 박탈됐으며, 자신의 집까지 강제철거됐다.
니위란은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올림픽을 유치한 뒤 2001~2008년 동안 베이징의 역사가 서린 골목들과 집들이 가장 극심하게 파괴됐다. 철거민들을 도우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 우리 집도 구하고 싶었고, 정부가 잘못을 고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4월 강제철거 현장에 갔다가 경찰에 잡혀가 15시간 동안 구타당한 뒤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이후 그는 공무집행 방해죄로 1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2008년 다시 감옥에 갇혔을 때 간수들은 그가 감방에서 감옥 내 작업장까지 기어다니게 했다. 지난 4월14일 석방됐지만, 그의 집은 강제철거로 사라진 뒤였다.
그의 도움을 받았던 철거민 친구들과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니위란 부부는 공원에 텐트를 치고 몇달 동안 노숙생활을 했다. 독립영화감독 허양이 이들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응급피난소>를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이들의 비극이 널리 알려지자, 경찰은 이들을 여관으로 보내 감시하기 시작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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