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31 22:20
수정 : 2010.08.31 22:20
국영기업 투자·생산 급증
“경제성장 악영향” 전망도
중국 정부가 6년 전 민간의 항공업계 참여를 허용한 뒤 2006년까지 8개의 민간 항공사가 생겨났다. 이러자 에어차이나,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 세 국영 항공사가 곧장 가격할인에 나섰고, 이들이 3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중국 유일의 예약전산시스템 회사는 민간항공의 티켓 예약을 거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국영 항공사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자금난을 지원했다. 지금 중국의 민간 항공사는 영세한 규모의 한 곳 뿐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진전될 수록 낡고 비효율적인 국영 부문을 몰아낼 것이라고 한때 여겨지던 민간 부문이 어떻게 다시 밀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이런 ‘국진민퇴’(국영기업의 득세와 민간 기업의 후퇴) 현상을 전하며, 중국의 국가통제 중심의 경제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와 산업생산 비율은 급증했다. 고속도로, 철도건설 등 4조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의 대부분도 129개 국영 거대기업에 돌아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전에도 중국 경제는 조립가공 분야는 민간 부문이 장악하고, 기간산업 분야는 국영 부문이 장악하는 ‘이분화’된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엔 국영기업들이 민간 몫으로 여겨지던 분야로까지 진출하는 것도 일반화됐다.
신문은 지난 3월 원자바오 총리가 “사회주의 시스템의 이점은 효율적인 결정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며, 대규모 사업 실현을 위한 자원집중과 효과적인 조직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한때 미국에서 배우려던 중국 지도자들이 민간엔 보조역할만 맡기는 국가주의적 경제 운영방식에 다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최근 흐름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 강화로 나타난 한시적 현상으로 보는 이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급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선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결국 민간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2020년이 되기 전 중국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들은 “한 세대 전 일본처럼 중국은 톱다운식 경제정책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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