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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서 상경 경비원 등으로 일하며 2명이 함께 불러
CCTV 대회 1등…삶의 애환 담은 노래에 공감확산
“어느날 내가 늙어 의지할 곳 없게 되더라도 과거 행복했던 시간 속에 머물게 해줘, 어느 날 내가 소리없이 떠나게 되면 나를 봄 안에 묻어줘…”
2평 남짓한 남루한 방 안에서 머리를 빡빡 깎은 두 남자가 웃통을 벗고 기타를 치며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중국의 유명 록가수 왕펑의 <봄에>라는 노래다. 빈 맥주병이 굴러다니고, 두 남자의 눈가도 취기로 불그레하다. 29살 류강과 44살 왕쉬, 꿈을 품고 베이징에 왔으나 남루한 생활에 지친 농민공(농촌호구로 등록돼 있는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9월 어느 날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 다음날 무려 20만명이 이 초라한 ‘뮤직비디오’를 클릭해 들었다. 인터넷에는 이들 농민공의 노래를 듣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했다’는 내용의 사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들은 11월 초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재능경연 프로그램인 ‘싱광다다오’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1등을 했다. 14일에는 가수 왕펑의 콘서트에 초대받아 8만 관중들의 열광 속에 왕펑과 함께 <봄에>를 불렀다.
중국 대륙이 농민공의 애환을 상징하는 이들 무명가수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헤이룽장성 출신의 류강은 2002년 군대를 제대한 뒤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 일하다 베이징으로 올라왔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2003년 용기를 내 지하철역 통로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노래를 들은 행인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지만 월 400위안(약 7만원)의 방값도 내지 못할 때가 많아 아내와 세살 아들은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왕쉬도 10년 전 허난성 상치우에서 베이징으로 와 보일러실 노동자, 과일 행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현재는 제약회사 창고에서 일하며 한달 1500위안(약 26만원)을 벌어 아들과 함께 생활한다. 젊은 시절 밴드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주말마다 지하철역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2005년 지하철 역 통로에서 나란히 연주를 하다 알게된 두 사람은 우정을 맺었고, 둘의 이름을 딴 ‘쉬르양강’이란 그룹을 만들어 함께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빈부격차 해소를 선언한 중국 당국도 감동의 대열에 합류했다. 후난성 공산당 서기 저우창은 이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 범벅이 된다”며 “관리들은 이런 민중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15일 “이들의 노래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사회 밑바닥 농민공들의 적나라한 삶이 사람들의 가장 민감한 곳을 울리기 때문”이라는 글을 실었다.
‘벼락 스타’가 됐지만 류강과 왕쉬는 여전히 가난한 농민공 그대로다. 류강은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만 우리가 부르는 것은 생활, 진짜 생활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왕쉬는 “가장 큰 소원은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늙어서 의지할 곳 없는 처지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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