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16 21:35
수정 : 2011.11.16 22:22
중 “군사동맹 확대는 부적절”
미국이 미군 2500명이 상시 배치되는 군사기지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북부에 세우기로 했다.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기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한다는 견해는 틀렸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오후 캔버라에서 줄리아 길라드 총리와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다윈 인근 로버트슨 해군기지에 내년부터 미 해병대 250명이 상시 주둔하고 2016년까지 모두 2500명의 미군 관계자가 순환근무 형식으로 주둔하게 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뒤였다. 형식은 주둔훈련이지만 사실상의 대규모 주둔군인 셈이다. 미군 전투기와 핵탑재 함정 등이 오스트레일리아군 시설을 수시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로버트슨 해군기지가 있는 지역은 현재 중국과 여러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그리 멀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의 오스트레일리아 주둔 목적이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의 군사협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의 세력확장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힘을 가질수록 그 책임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며, 중국은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달리 들으면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는 것을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대해지고 번영하고 안정된 중국을 환영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데 주목한다”며 “미국이 언행일치하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답변을 내놨다.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으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류 대변인은 “특히 국제 경제의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고 각국이 협력에 초점에 맞추는 분위기 속에서 군사동맹을 확대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행동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군사동맹을 하지 않으며 평화발전이 시대 조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섭 박민희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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