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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통신원] 중국 동거족 확산…성개방 풍조 등 원인
“성격이 안 맞아 날마다 싸우는 현실이 짜증나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해요.” 쓰촨외국어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리쥐안(22)은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만 하고 놀러만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지쳤다”면서도 난감해했다. 충칭시 농촌 출신인 그는 현재 쓰촨성 청두에서 온 남자친구와 지난해 5월부터 2년째 동거해오고 있다. 그는 “둘만이 사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8명이 함께 방을 쓰는 기숙사에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 1979년 이후 강제 시행된 ‘한가정 한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중국의 ‘독생자녀’ 세대들이 가정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엔 동거가 일반화됐고, 결혼을 전제로 한 계약동거인 ‘시혼’도 급속히 늘고 있다. 게다가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살거나,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는 풍조도 유행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모의 간섭이 닿지 않는 것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후베이성 우한 출신의 충칭시 공무원인 완취안(27)도 전형적인 ‘시혼족’이다. 업무상 자주 만나던 은행직원 주위안위안(23)과 함께 살게 된지 3년째다. 올해 초 양가 부모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았지만, 당장 결혼을 할 생각은 없다. 지난해 성격 차이로 반년동안 헤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이 같이 산다고 상대방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라며 “서로를 더 이해한 뒤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여건이 성숙하는 내년 상반기쯤에나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동거가 느는 것은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된 성개방 풍조가 일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시안 등 7대 도시에 거주하는 14~60살 남녀 2252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대 청소년들이 첫 성행위를 한 평균 나이는 17.4살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인 50대 연령층의 첫 성경험 나이보다 9살이나 이른 것이며, 20대 연령층의 21.9살에 견줘도 4살이나 낮아진 것이다. 젊은이들의 동거와 시혼 열풍이 거세지면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생활 습관이 없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독생자녀’ 동거족 상당수가 성격 차이를 이기지 못해 파탄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15~25살 청소년 7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자신은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다’는 응답자가 58%에 이른 것도 젊은이들의 이런 심리와 행태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청소년들의 임신중절 문제도 심각하다. 시난사범대학 사회학 교수 리강 교수는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데에는 강요에 의해 원치 않는 결혼을 했던 부모세대의 잘못된 결혼 생활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거와 시혼은 외롭고 이기적인 ‘소황제’들이 형제자매가 없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남녀가 같이 살면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충칭/모종혁 통신원 jhmo71@chinawes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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