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23 20:25
수정 : 2013.01.23 21:34
“007 새영화 편집·왜곡…관객 당혹”
‘남방주말 사태’ 파급 효과 분석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2일 이례적으로 당국의 영화 검열에 비판을 제기했다.
<신화통신>은 당국이 “21일 개봉한 <007 스카이 폴>을 검열하면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의도적으로 대화를 오역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가 중국의 영화 검열 개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대부분의 외화를 개봉 전 검열하는 게 관례화된 중국에서 관영매체의 비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007 스카이폴> 역시 검열 탓에 영국, 미국 등에 비해 석달이나 개봉이 늦춰졌다.
상하이와 마카오 등을 배경으로 하는 <007 스카이폴>의 중국판에서는 살인, 성매매 등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빠지거나 대사가 바뀌었다. 상하이 빌딩 숲에서 본드를 쫓던 프랑스 살인 청부업자가 중국인 건물 경비원을 살해하는 장면과 본드의 적이 중국 보안당국에 고문당한 일을 언급하는 장면은 아예 삭제됐다.
또 본드가 본드걸에게 “12살이나 13살부터 손님을 받아 성매매를 했느냐”고 묻는 대사는 “12살이나 13살때부터 폭력조직인 삼합회에서 활동했느냐”는 대사로 바뀐다. <신화통신>은 “당국의 검열 탓에 갑자기 장면이 바뀌고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관객들이 당혹감을 느끼거나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대학 영화·텔레비전 학원의 스촨 교수는 “당국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손대는 것은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검열보다는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본래 의도는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신화통신>의 보도는 올초 당국의 검열에 항의해 파업을 했던 <남방주말> 사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남방주말> 사태 이후 <신화통신>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공무원 부패나 대기오염 문제 등 비판성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며 당국 검열에 부정적인 여론에 부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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