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성·시 “비방보도 막아달라” 연판장 정책 공개반발 잇따라…고소·고발도 빈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일정궤도에 진입한 이후로, 최근 들어 중국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로는 지방정부끼리 힘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내는 등 공공연히 도전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의 뒤에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이에 따라 비대해지고 있는 지방권력에 대한 통제 문제가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의 또하나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7개 성·시의 ‘연판장’=중국 광둥, 허베이 등 17개 지방 성·시의 선전부는 최근 연대 서명한 문건 하나를 중앙정부에 보냈다고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 문건의 내용은 중앙 또는 지방매체가 다른 지방의 지도자나 사회문제에 대해 ‘함부로’ 보도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서민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결과를 낳아 사회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판장’ 사건은 전국 28개 성·시 가운데 절반이 넘는 성·시의 선전부가 ‘조용히 손을 잡고’ 중앙에 도전했다는 데서 충격을 주었다. 또 최근 후베이성은 북부의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옮기는 ‘남수북조’ 사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엔 중앙정부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에 대해 상하이 등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상급부서에 대한 고소고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베이징시 상무국은 홍콩 기업인이 6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리라이의 주권을 무단 박탈한 뒤 상급기관인 국무원 상무부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으나, 도리어 상무부를 베이징 지방법원에 고소해 승소 판결까지 얻어내기도 했다. 상무부가 고등법원에 항소하자 베이징 상무국은 소를 취하했으나 지금까지 이행을 거부하고 ‘항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체제 개혁론 부각=사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후 지방정부의 권력은 줄곧 강해져 왔다. 1994년에는 지방정부들이 일부 조세징수권까지도 넘겨받았다. 특히 경제가 발달해 재정이 탄탄한 동부 지역의 지방정부들은 경제적 이권을 위해 중앙정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법규를 만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위로는 정책이 있고 아래로는 대책이 있다”는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아주주간>은 “오늘날은 지방정부가 ‘대책’ 마련에 그치지 않고 ‘대결’로 치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후난, 안후이, 광둥성 등을 ‘순방’한 것은 이처럼 악화하고 있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돌려놓으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이다. 성 정부의 간부들이 부패사건에 연루된 동북지역에 중앙정부가 관료 94명을 파견한 일도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홍콩 일간 <아주시보>는 그러나 “일벌백계와 같은 처방은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며 민주적 선거제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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