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0 18:33
수정 : 2005.10.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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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민권운동가 테러뒤 실종-뤼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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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스촌 부패관리 파면운동 도우려다
괴한들에게 무차별 구타당한 뒤 끌려가
“이미 죽었을 수도”…관에서 개입 가능성
주민의 힘으로 지방관리 파면운동을 일으켜 중국 안팎의 주목을 끌었던 ‘민주 마을’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 타이스촌에서 주민을 돕던 인사가 테러를 당한 뒤 실종됐다.
지난 8월부터 이곳 주민들에게 부패한 지방관리의 파면 등 법률 지원 활동을 해온 뤼방례(34) 후베이성 인민대표는 벤저민 조페-월트 영국 <가디언> 상하이 특파원과 함께 이 마을에 들어가려다 마을 입구에서 괴한들에게 집단 구타당한 뒤 연락이 끊어져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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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판위구 타이스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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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기자는 <가디언>에 실은 르포 기사에서 자신과 뤼 등 일행이 8일 저녁 8시 타이스 마을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군복 등을 입은 30~50여명이 막아선 뒤 승용차에서 뤼를 강제로 끌어내려 잔인하게 구타했다고 전했다. 괴한들은 뤼의 얼굴을 알아보고 집단으로 달려들어 10여분간 발로 차고 머리를 짓밟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벤저민 기자는 “뤼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으며, 목의 인대가 끊어졌는지 그의 머리는 몸과 고무줄로 연결된 물체처럼 땅바닥에서 뒹굴었다”고 증언했다. 벤저민은 “이건 주민들의 합법적 권익을 가르친 뒤 잠적했던 그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말했다.
벤저민 기자와 그의 통역은 인근 파출소로 끌려가 몇 시간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벤저민 기자는 파출소에서 폭행을 지시했던 인물의 모습을 보았다며 타이스 지역 관리들이 이 테러를 지시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뤼방례는 후베이성의 평범한 농민이었으나 관리들의 부정부패 등 중국 농촌의 문제에 눈을 뜨면서 공산당의 지원 없이 인민대표에 당선된 뒤 민주화 운동을 해왔다.
한편 타이스 주민들을 지원해온 광저우 중산대의 아이샤오밍 교수는 10일 마을 주민들로부터 “뤼방례는 구타당해 이미 사망했을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아이 교수에 따르면 괴한들은 마을 사람들의 접근을 강제로 막은 뒤 경찰차에 실어 어디론가 데려갔다.
주민들은 지난 7월말 촌위원회 주임 천진셩이 공유지를 팔아치우고 공장에 땅을 임대해주는 과정에서 이 수익금을 착복했다며 촌위원회 주임을 교체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 왔다.
지난달 중앙정부는 촌위원회 주임 파면 절차를 밟는 데 동의했으며 절차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폭력배를 동원해 주민이나 민주화 운동가들을 폭행하는 일이 잇따랐으며 지방정부가 ‘마피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일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자와 프랑스 라디오 기자가 마을 입구에서 괴한들의 몽둥이 세례를 받고 쫓겨났으며, 지난달 26일에는 타이스마을 사건으로 구속된 베이징의 인권인사 궈페이슝의 변호인 궈옌 변호사와 아이 교수가 마을에 들어가려다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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