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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호가 개조된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 크레인들이 늘어서 있다. 다롄/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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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 다시 쓰는 징비]
④중 항공모함 요람 다롄항을 가다
‘강군보국’(强軍報國: 강한 군대로 국가에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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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기 항모 4대 보유할 것”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 잰걸음 다롄항이 중국 해양굴기(해양에서 우뚝 일어서다·해군력 강화)의 산실로 일컬어지는 것은 랴오닝호뿐 아니라 제2, 제4의 항공모함이 이곳에서 건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롄 사정에 밝은 한 중국 전문가는 “현재 중국 자체 기술로 2~4호의 항모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 가운데 2호와 4호 항공모함은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항모의 몸체는 조선소 곳곳에서 나눠 만들고, 내부에 장착할 무기 체계와 부품들은 외부의 군수공장에서 제작해 마지막에 합체 작업을 한다. 현재 바깥에서 볼 때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2호 항공모함은 가스터빈식 엔진을 장착한 4만~5만t급의 중대형, 4호는 이보다 규모가 큰 원자력발전식 엔진을 탑재한 핵항모로 추정된다. 3호는 8만t급으로 상하이의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시진핑 주석 집권기인 2018년에서 2019년께면 중국이 최소 4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다롄 시민은 “랴오닝호는 순전히 외국 항모를 사들여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항구에서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리 기술로 만든 항모가 등장한다면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굴기’ 중국, 미국이 막을 때까지 바다 진출 밀어붙여 다롄은 ‘뒤떨어지면 당한다’는 교훈을 역사에서 체감한 땅이다. 1898년 제정러시아의 조차지가 됐고, 1905년 러일전쟁 뒤에는 일본의 조차지로 바뀌어 50년 넘게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지금은 다롄시의 한 구로 편입된 뤼순은 남의 나라 군대가 중국 땅에서 벌인 전쟁의 주무대였다. 청나라 북양함대의 근거지였던 뤼순항은 제국주의 열강의 약탈 과정에서 러시아 함대의 주력항이 됐고, 러일전쟁 당시 이곳에서 러시아 함대는 일본군의 포격을 받고 궤멸됐다. 이젠 중국 북해함대의 기지인 뤼순항이 내려다보이는 203고지에는 지금도 러시아와 일본의 장거리 대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역사를 증언한다. 203고지 유적지엔 ‘국치를 잊지 말자’(勿忘國恥)는 중국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국방예산 한해 빼곤 10% 넘게 증액
지난 5월 펴낸 국방백서에
“해양 이익 고도로 중시” 밝혀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베트남 인근 해역 원유 시추하고
남중국해선 7~8개 인공섬 쌓는 등
해양 영향력 확대전략 가속 지난달 한국 서해서 100척 실탄훈련
다음달엔 동해서 중·러 합동훈련
천안문 열병식서 최신 무기 선보일듯 이런 ‘수모의 땅’ 다롄이 강군몽(강한 군대의 꿈)을 주창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뒤 ‘해양굴기’의 요람으로 거듭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뒤 도광양회(韜光養晦·몸을 낮춰 힘을 기른다)라는 기존의 웅크린 외교전략 대신 적극적인 영향력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에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하라는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운 뒤 아시아권에서 주변국과의 충돌도 불사하며 군사적 ‘근육’을 과시한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 돌연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해양 영향력 확대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지난해 5월엔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부근 해역에서 원유 시추를 강행했다. 최근 1년 사이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을 무릅쓰고 남중국해 7~8개 섬에 인공섬 건설을 추진했다. 중국은 7월 동중국해 해상에서 일본의 반발을 뒤로한 채 가스전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동·남중국해에서 야금야금 영향력을 넓히는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미국은 “중국이 바다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가했지만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는 “일단 중국은 미국이 어디까지 용인하는지, 미는 데까지 밀어보자는 전략을 써왔고 현재까지는 이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의 영향력 과시 무대는 남·동중국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화통신>은 “7월2일 중국군이 황해(한국의 서해)에서 100척에 가까운 함정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실탄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은 9월엔 밀월관계인 러시아와 함께 동해에서도 합동 군사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의 해양대국화는 5월 중국군이 발표한 국방백서에도 명확히 나타나 있다. 처음으로 군사전략을 외부에 공표한 이 백서에서 중국은 “바다는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제부터는 육군을 중시하고 해군을 홀대해온 기존 관념을 버리고 해양 이익을 고도로 중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소비국으로서 생명선인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고 시 주석의 최대 국정과제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구상을 실현하는 데 해양 이익 수호가 필수적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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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찾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시강구에 위치한 다롄 조선소 정문. 선박 제조용 대형 크레인을 배경으로 ‘과학발전, 강군보국’이란 표어가 선명하다. 다롄/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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