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일본 침략 상기시킨다’ 강한 거부감
중국측의 끈질긴 반일 감정 표시에 따라 2008년 완공 예정인 중국 최고층 빌딩인 높이 101층, 492m의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꼭대기의 일장기를 닮은 둥근 구멍 디자인이 사라지게 됐다. 이 빌딩을 건설 중인 일본 모리빌딩주식회사의 모리 미노루 대표이사는 18일 상하이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당초 디자인에는 꼭대기에 깊이 50m의 구멍을 두어 빌딩에 미치는 바람의 압력을 줄이고 건물이 독특한 모습을 갖도록 돼 있었으나 중국 관리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담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둥근 구멍이 반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고 모리 대표이사는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둥근 구멍이 사각형 구멍으로 변경되었다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모리 대표이사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의 시민 사회가 이 디자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디자인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으나 중국 디자이너들은 우리에게 새 디자인을 가져왔고 새 디자인은 돈이 덜 들고 건설하기가 더 쉬워 채택키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막후에서 우려를 표시한 외에도 일부 중국인들은 둥근 디자인이 일장기를 닮았다면서 1930년대와 1940년대 일본의 중국 침략 당시를 떠올리며 그간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모리측의 설계변경에 대해 현지 업계 관계자는 "일장기를 상징하는 모형이 사라진 것은 중국인 입장에서 바람직하지만 전체 건물 모형이 사무라이 칼을 꽂은 듯한 이미지여서 불쾌감이 완전히 사라질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상하이 푸둥의 한복판에 '일장기를 휘날리려한' 일본측의 의도에 중국인들의 감정이 상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미화 9억1천만달러가 투자되는 상하이세계금융센터 빌딩은 유리와 강철 구조물 이며 현재 중국 최고층인 420m의 진마오빌딩과, 상하이증권거래소 바로 옆에 건설되고 있다. 이 건물은 당초 1997년 계획됐으나 아시아금융위기를 맞아 자금난과 부동산시장의 불투명성이 겹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일본의 모리사와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7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빌딩이 완공되는 2008년에는 현재 세계 최고층인 508m의 타이베이 101빌딩보다 더 높은 800m 건물이 두바이에 완공된다. 이번 디자인 변경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 일본 총리가 17일, 일본 의원들이 18일 야스쿠니신사를 잇따라 참배하는 등으로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확인된 것이다. 이우탁 특파원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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