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7 19:22
수정 : 2016.01.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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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27일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려고 서로 다가서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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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중국 안전 위협할 수 있고
한-중 신뢰 엄중하게 훼손시킬 것”
박 대통령 직접 언급 뒤 대응수위 높여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
“탁자 밑에 기관총 두는 격” 비판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검토 움직임에 중국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표출했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27일 ‘(대북) 제재, 단호해야 하지만 북한 민생에 타격을 줘선 안 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은 중국의 북한 제재 문제에 관해 너무 임의로 나아가면 안 된다. 특히 사드 시스템을 갖고 중국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중국과 한국 사이의 신뢰를 엄중하게 훼손할 것이다. (한국은) 그로 인해 생기는 대가를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위협성’ 주장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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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주요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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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이 매체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표출하곤 한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러차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관영 매체가 사드 배치로 인한 ‘대가’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국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장관까지 나서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기존의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2~3월 사드 배치 문제가 거론됐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관해 미국의 요청도 한-미 간 협의도 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당시에도 중국은 방한한 류젠차오 당시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창완취안 국방부장(장관)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4차 핵실험 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드 카드를 꺼내자 중국이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자국을 겨냥한다고 여긴다. 특히 사드의 핵심인 엑스(X)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이 3000㎞를 넘어 중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간주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한국과 미국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미 한국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언급할 정도라면 국가 정책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도 대응 수위를 그에 맞춰 올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핑계가 좋다고 해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태도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사드의 탐색 범위는 북한을 초과해 중국, 러시아까지 이른다. 중국과 한국은 좋은 친구지만 한쪽(한국)이 탁자 밑에 기관총을 두고 있다면 그 관계가 편하겠는가”라며 “사드 문제의 배후엔 미국이 있겠지만 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군사적으로 도움이 된다. 미국이 주한미군 배치를 결정해 협의를 요청해 오면 국익과 안보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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