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7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줄리 비숍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비록 한반도 핵 문제는 중국에 (책임이) 있지 않지만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미 간의 기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협상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공식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왕이 부장은 “지금 세상에서 갈등이 큰 문제는 모두 압박이나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군사적 수단은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는 탓에 더더욱 사용해선 안 된다”며 “제안의 취지는 각국의 주요 우려 사항을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대화와 협상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조속히 대화 복귀의 돌파구를 찾는 데 있다. 이는 한반도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자회담이 8년 동안 중단됐고, 그 결과 모두가 바라지 않는 국면에 봉착했다”며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선 “북한 핵과 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연속해 어긴 것으로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새 결의안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제안은 한·미가 요구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정을 위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묶은 절충안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되 북한 정권의 급속한 붕괴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는 안 되며,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도 한·미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병행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은 처음”이라며 “안보리 제재 결의는 하되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야 한다는 중국의 의중이 담긴 제안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안을 북한이나 한·미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헌법에 핵 개발을 명시했다. 한국과 미국도 비핵화가 진전되어야만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며 “기본은 9·19 공동성명과 비슷한 이 제안이 지금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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