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문제 넘어 경제 등 다양한 분야 접근
러시아 포함 서로 초강대국 향해 3각경쟁 중국·러시아·인도 등 유라시아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대국들간의 삼각경쟁이 치열하다. 세 나라는 겉으로는 협력과 공영을 외치면서 물밑에서는 21세기의 새로운 초강대국 반열에 가장 먼저 올라서기 위해 뜨거운 각축을 벌이고 있다. ◇ 중-인 ‘전략대화’ 개시=오는 3월로 예정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인도방문을 앞두고 지난달 24~27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인도를 찾았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샴 사란 인도 외무 차관과 5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연합성명을 발표했다. 〈신경보〉는 30일 이번 만남이 “새로운 중-인 관계의 첫발걸음을 떼는 만남”이었으며 “광범한 공동인식”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인도 방문은 두나라의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는 덧붙였다. 1959년 중국의 티베트 분리독립운동 유혈진압에서 시작된 중-인 국경분쟁과 1962년 대규모 군사충돌 이후 지금까지 두 나라는 주로 국경문제 해결이 주요한 대화주제였다. 두나라가 이처럼 ‘전략적 대화’라는 새로운 대화채널을 만드는 데 합의한 건 경제·무역·에너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두 나라 무역액은 121.6억달러로 100억달러를 사상 처음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7%나 급증한 수치다. 두 나라 무역총액이 1990년 2.6억달러, 2002년 50억달러, 2003년 76억달러였음을 돌아볼 때 두나라 무역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으로부터 섬유·전자·기계·화공·건축자재 등 주로 공산품을 수입하고 철광석·피혁·화공원료 등 1차산품을 수출해온 인도로서는 대중관계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두타 뉴델리국방연구소 중국전문가는 말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을 정면돌파할 필요에서 인도와 협력이 절실하다. ◇ 물고 물리는 상호견제=중국은 러시아가 인도를 통해 중국을 간접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 깊은 불만과 불신을 품고 있다. 조지 부시 2기 미 행정부 또한 인도에 대한 첨단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지금까지의 전략을 바꿔 ‘인도를 통한 중국 견제’ 전략(〈한겨레〉 1월20일자)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광둥의 인터넷 언론 〈진양왕〉은 지난달 11일 논평을 통해 “러시아의 동방전략은 중국과 연합해 미국에 대항하고 다시 인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치 〈인디아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대의 무기구매 고객인 중국과 인도에 차별적으로 무기를 팔아왔다. 가령 중국은 올해 러시아로부터 수호이30 시리즈를 구매할 예정이지만, 러시아는 이미 90년대 말 이 모델에 대한 공급계약을 인도와 맺어 지난해 말 최신형인 수호이 30MK3 네 대를 인도에 넘겨준 바 있다. 중국은 또 올해부터 수호이 27SK 전투기의 라이센스 조립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인도에 이미 이보다 앞선 기종인 수호이30MK3의 조립생산에 동의한 바 있다. 〈진양왕〉의 논평은 “첨단무기를 넘길 경우 중국은 이를 복제하려 드는 반면 인도는 유지·수리·운영을 러시아 기술진에 맡기기 때문에 러시아가 중국을 불신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러시아가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평은 “발전도상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단독으로는 초강대국 미국과 맞서기 어려우므로 상호 보완적인 연합을 통해서만 미국과 맞설 수 있을 것”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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