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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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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난 13일 중국 지린성의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잊을 만하면 탄광이 무너지고 화학공장이 터져 나가는 중국인지라 그땐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사건은 22일 하얼빈시가 나흘 동안 수돗물을 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비로소 이목을 끌었다.하얼빈 시당국은 처음엔 “수도 배관을 보수하기 위해 단수 조처를 취한다”고 밝혔다. 그러다 뒤늦게 이번 조처가 쑹화강의 ‘중대한 오염’ 때문이라고 바로잡았다. 지린성 화학공장의 폭발사고로 맹독성 발암물질인 벤젠이 쑹화강으로 대량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얼빈 시당국의 거짓말은 벤젠 유출 후유증 이상의 상처를 남겼다. <중국청년보>는 25일 사설을 통해 “당국의 거짓말이 정부에 대한 신임도를 낮추고 있다”고 보기 드물게 비판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노발대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국의 거짓말을 감시할 수 있는 독립언론이 없는 한 ‘평민 총리’의 노발대발도 각급 국가기관의 부정과 거짓말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만연 사태의 진실을 숨겼던 ‘전과’를 벗기 위해 지금껏 많은 애를 써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돼지콜레라, 조류인플루엔자 등 대형 문제가 터질 때마다 뭔가 숨긴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하얼빈시의 거짓말은 사스 은폐가 중국 국가 이미지에 남긴 상처를 다시 도지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가 환경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쑹화강을 포함해 중국의 이른바 7대 하천은 무분별한 개발로 이미 심각히 오염된 상태다. 황허(황하)의 경우 갈수기엔 물의 흐름이 끊기고, 화이허는 지류의 수문을 열 때마다 오염띠가 형성될 정도다. 쑹화강은 동북지역이 낙후해 그나마 오염이 덜한 경우였다.
이번 사태는 정직한 정부와 독립언론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고삐 풀린 공업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지금 중국엔 수많은 ‘쑹화강’이 흐르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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