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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대학가 ‘자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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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시아인
지난 10일 중국공산청년단 중앙과 위생부, 교육부 등은 <대학생 심리건강 수첩>이란 소책자를 전국의 대학 신입생들에게 배포했다. 주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중국의 대학생들이 부닥칠 수 있는 실연, 성적부진 등 심리적 문제를 상담과 자기계발을 통해 해결하라는 지침이 담긴 이 <수첩>이 만들어진 배경엔 최근 중국 대학가에 드리워진 우울한 그림자가 놓여 있다. ‘천재집합소’ 베이징대 상반기만 6건극심한 경쟁 스트레스 우울 때문
후 주석 ‘특별지시’ 에 심리 수첩 배포 지난 9월 ‘베이징 고등교육기관 안전교육공작회의’가 공개한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베이징에서만 15명 이상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의 ‘천재’들이 모여든다는 베이징대의 경우, 상반기에만 6명이 자살한 것으로 학생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칭화대에서도 2년에 3명꼴이던 자살이 최근 해마다 1~2명꼴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윈난대에서는 마자줴라는 학생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동료 4명을 잔인하게 살해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최근 “대학생의 심리건강에 주의해 상담과 교육을 통해 청년학생들의 건강한 심리를 발달시키도록 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 자살이 유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울’이다. 베이징 대학가에는 ‘위먼’(우울)이란 낱말이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4%의 대학생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고, 17%가 초조증, 12%가 적대적 정서에 사로잡혀 있다고 <중국청년보>가 보도했다. 베이징 대학생 가운데 10만여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 가운데 10~15%가 결국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이징의 젊은이들이 우울한 건 이들이 ‘3고집단 또는 ‘예비 3고집단’이기 때문이라고 <중국청년보>는 지적한다. ‘3고’란 △높은 학력 △높은 수입 △높은 지위를 말한다. “3고집단의 사람들은 목표가 높고 자기능력 이상을 발휘하려 하기 때문에 심리상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생들은 1978년 가족계획 실시 이후 태어난 ‘샤오황디’(소황제, 황제처럼 떠받드는 외아들)들이어서 극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대에서 공부하는 한 한국 학생은 ‘베이징 대학생들의 우울’이 중국적 사회환경의 산물이라고 지적도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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