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7 15:19
수정 : 2006.02.07 15:19
유럽이 또 다시 불타고 있다. 작년 10월 무슬림 청년들의 봉기로 프랑스가 불타더니 이젠 덴마크와 그 인근 유럽 국가들의 대사관이 불타고 있다. 당시는 프랑스 내무장관 싸스코지가 무슬림 청년들을 쓰레기로 지칭한게 화근이었다면, 이제는 덴마크 최대 일간지 「윌라스 포스텐」에 실린 12컷짜리 마호메트 만평에 그 원인이 있다. 무슬림 세력들은 이를 ‘신성 모독’이라고 하고 유럽인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 유럽에 대한 무슬림 세력들의 파괴와 방화는 과연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폭동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 그리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운명적 저항인가?
유럽인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설득력이 없다. 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 경우 유럽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자신들만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가 무슬림에게 모욕당하는 만평이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과연 그들 자신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영국 여왕인들 마음대로 조롱할 수 있을까? 더구나 덴마크인들이 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왕세자비 막시마가 무슬림에 의해 수치를 당하고 있을 때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까? 외교 갈등은 물론 우익단체들의 난동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은 아닐까?
마호메트 만평을 통해 표현된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그들의 문화적 오만함이다. 가난하고, 거칠고, 무례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문화 그리고 그 문화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가치로서의 마호메트. 유럽인들의 의식 속에 유럽 문화가 최고의 문화이고 인류가 따라야 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타 문화에 대한 무시 행위는 언제든지 표출될 수 밖에 없으며 무시당한 문화권의 저항 역시 불가피하다. 자신의 문화가 무시당한다는 것, 자신의 최고 가치가 무시당한다는 것은 바로 그 속에서 형성된 자신의 삶의 의미와 정체성이 부정당한다는 경험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무시행위는 상징적인 살해행위이며 무시당한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삶과 죽음을 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20세기 말 냉전 질서가 붕괴하고 인류는 이제 이데올로기간의 대립에서 벗어나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가 다양한 민족, 다양한 국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정을 새로운 윤리적 스탠다드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럽인이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져 타 문화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한 이른바 새무엘 헌팅턴이 말하는 '문명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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