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1 18:48
수정 : 2006.02.21 18:56
영 데이비드 어빙에 징역 3년
“마호메트 만평은 표현 자유라더니…” 비판도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고 히틀러를 옹호해 온 대표적 역사학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오스트리아 빈 법원은 1989년 오스트리아에서의 강연 내용 때문에 기소된 영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68) 어빙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는 1989년 빈을 방문해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 얘기는 거짓말”,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도왔고, 홀로코스트는 신화일 뿐”이라는 등의 말을 한 혐의로 그 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어빙은 지난해 11월 극우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러 가다 붙잡혔다.
어빙은 “이제는 견해가 바뀌었다”고 주장했지만, 집단학살을 부정하는 행위를 금지한 11개 나라 중 처벌이 가장 엄한 오스트리아 법정에서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어빙은 1977년 출간한 <히틀러의 전쟁> 등을 통해 히틀러가 1943년까지는 유대인 학살을 몰랐고, 나치가 유대인 몰살을 시도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유대인 대부분의 사인도 독가스가 아니라 티푸스 같은 질병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법정에서 “독가스실은 존재했고, 나치는 유대인 수백만명을 죽였다”며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 슬픔을 표한다거 태도를 돌변했다. 그는 “역사는 계속 자라나는 나무”라며, 집단학살을 부정한 저술과 강연이 ‘지식과 자료’ 부족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검사는 그가 “위험한 역사 날조를 저질러 극우파들에게 이론적 틀을 제공해 왔고, 법정진술은 ‘쇼’”라는 반박했다.
2차대전을 소재삼은 30권의 저서를 펴낸 어빙은 신나치주의자, 반유대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는 1992년 아우슈비츠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한 죄로 독일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독일·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뉴질랜드 등으로부터 거주 또는 입국 제한을 당하고 있다.
어빙에 대한 중형 선고는 마호메트(무함마드)에 대한 덴마크 신문의 만평 파문과 맞물려 유럽의 이중 잣대를 보여 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국 <비비시> 인터넷판은 “유럽 국가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놓고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가운데 어빙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역사 왜곡 중 무엇이 더 문제인지가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카톨릭 모독이나 집단학살을 두고는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유럽이 만평 파문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이슬람사회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외신종합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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