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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8 07:02 수정 : 2006.02.28 07:02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분야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경제애국주의 물결'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과 스페인이 에너지 업체들의 인수.합병 문제를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정작 EU 차원에서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27일 EU 집행위에 프랑스 에너지 업체 간 합병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주말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국영에너지 업체인 프랑스가스(GDF)와 민간 에너지 업체 쉬에즈(Suez) 간 합병 계획을 전격 발표한데 발끈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거대 에너지업체 에넬(Enel)의 쉬에즈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막으려는 수순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넬의 풀비오 콘티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벨기에내 쉬에즈 계열사 엘렉트라벨 인수 시도에서 쉬에즈 자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23일 스페인에 대해서도 자국 전력회사 엔데사에 대한 독일 에너지 그룹 E.on의 인수계획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넬리 크뢰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의 한 대변인은 "회원국이 EU 집행위의 권한인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 사안에 개입하는 것은 EU 법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고는 291억 유로 규모에 달하는 E.on의 엔데사 인수 제의에 대해 스페인 정부 대변인이 에너지 기업을 외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데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는 외국계 철강과 은행 업체의 인수.합병을 거부한 룩셈부르크와 폴란드에 대해서도 "EU 규칙에 어긋난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고 경고음을 보냈다.

마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EU 개입 요청은 EU 내 경제 애국주의로 불리는 보호주의 장벽이 에너지분야뿐아니라 금융, 철강 등 전체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EU 집행위로선 회원국들의 보호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시간이 너무 걸려 실효성이 없어보이는'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길뿐이어서 무력감만 느끼고 있다.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 대변인은 27일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아직 공식 개입요청을 받지못했으며, 받은 후라도 상세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행위의 대응조치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 했다.

역내 시장 담당 집행위원의 한 대변인도 프랑스 에너지 업체간 합병계획이 일단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EU 규칙을 위반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해 EU 규칙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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