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론 불구, 이민장관 추방 강행
유럽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꼽히는 네덜란드에서 코소보 난민 출신 10대 소녀의 추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9일 보도했다. 올해 18세인 타이다 파시치는 6년 전 코소보 내전 당시 부모와 함께 고향을 탈출해 네덜란드로 와서 난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고등학교 졸업을 4개월 앞두고 리타 페어동크 네덜란드 이민장관으로부터 오는 28일까지 떠나라는 최후 통첩을 받았다. 앞서 파시치 가족은 지난해 7천 유로의 보상금을 받고 네덜란드를 떠났으나 파시치는 프랑스에서 관광비자를 받아 네덜란드 동부 빈테르스베이크의 다니던 학교로 혼자 돌아왔다. 페어동크 장관이 파시치가 속임수를 썼다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부르카 착용금지 등 극우정책을 주도해 이민사회의 불만을 사고 있는 페어동크 장관은 최근 "길거리서 외국어사용을 금지하겠다"는 황당한 입법 제안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파시치는 이민당국에 의해 난민신청이 거절된 2만6천명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성장기의 대부분을 네덜란드에서 보냈기 때문에 옷입는 것이나 10대들의 속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코소보 소녀라기 보다 네덜란드 10대 소녀에 훨씬 가깝다. 게다가 톱클라스에 속할 정도로 공부도 잘한다.파시치 추방 결정에 대해 동정론 등 역풍이 일게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지난 1월 18일 체포된 후 파시치는 난민수용소에 억류됐으나 학교 당국과 동료 학생들의 탄원으로 일단 2주만에 풀려났다. 파시치의 딱한 사정은 곧장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됐고, 네덜란드 시민 7만명 이상이 졸업할때까지 추방을 연기해달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심지어 결혼을 제의한 사례만도 10여 건에 달했다. 법원도 10대소녀를 수용소에 가둔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며 페어동크 장관에게 재고를 권고했다. 하지만 페어동크 장관은 지난 주 재고요청을 기각하고 추방결정을 밀어붙였다. 무슬림인 파시치는 부모와 자매들이 고향인 코소보엔 돌아갈 집이 없는 관계로 현재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직장과 집을 구하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교당국은 사라예보에서 파시치가 졸업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시치에 대한 동정론에도 불구, 정작 네덜란드 여론은 파시치 추방을 지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어동크의 추방결정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50%에 달한 반면 반대 응답은 45%에 그쳤다. 한때 유럽에서도 이민자에 대해 가장 개방적인 `관용'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극우정부가 들어선 후 이민자에 강제 어학및 문화시험을 실시하는 등 반이민정책으로 돌아섰다. 네덜란드에는 전체 인구 1천6백만명 가운데 10% 가량이 무슬림을 포함한 이민자 출신이며, 이민자 대부분이 암스테르담 등 일부 대도시에 모여살고 있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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