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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고전범재판소 한국인 권오곤 상임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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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밀로셰비치 재판 “전범 국가원수 심판 못해 안타깝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사건에는 영국 및 자메이카 출신 재판관과 함께 한국의 권오곤 재판관이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에 참여하고 있다. 권 재판관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역사적인 재판이 결과를 못 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2001년 유엔에서 국제유고전범재판소 상임재판관으로 피선된 권 재판관은 2004년 4년 임기의 재판관에 재선됐다.-밀로셰비치 재판은 얼마나 진행됐었나?
=2002년 2월 시작 후 2년간 검사의 증거 제시가 있었고, 이후 변호인의 증거 제시가 있었다. 죄목만 66건이고, 사건 숫자로 1천건이 넘는 방대한 사건이다. 재판은 90% 정도 진행됐고, 5~6월이면 심리가 마무리돼 여름휴가 전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밀로셰비치의 건강상태는 어땠나?
-지난 3일이 마지막 재판이었는데, 진행에 별 문제가 없었다. 혈압이 높을 때는 220~140mmHg일 정도로 상당히 높아 일주일에 3일만 재판을 했고, 네덜란드 최고의 전문의가 돌봤다. 러시아에서 치료받겠다며 일종의 병보석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는데, 이 곳 의료진이 러시아보다 못하지 않다. 유족 입장에서는 섭섭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밀로셰비치의 방어 논리는 무엇이었나?
=요약하자면,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내전은 유고슬라비아연방이 갈라지는 와중에 그 안에 있는 세르비아계에 대한 박해를 우려해 같은 민족한테 인도적인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했다. 돈을 줘서 무장을 하게 해줬지 범죄를 저지르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코소보 난민 80만명이 발생한 것은 세르비아군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나토의 공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장한 알바니아계 게릴라 때문에 개입했다고도 했다. 자신은 미국이 꾸민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검사는 유죄 판결이 확실시됐다고 하는데?
=재판관은 판결 전까지 피고인이 무죄 추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재판은 전쟁범죄를 놓고 국가원수를 최초로 심판한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 1차대전 이후 독일 황제는 (국외 도피 때문에) 심판을 받지 않았고, 2차대전 이후에도 히틀러나 일본 왕을 심판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판결을 내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
-다른 전범 재판에도 참여한 게 있나?
=세르비아의 전 총리, 군 참모총장, 정보기관 총수 등에 대한 재판의 준비절차에 간여했다. 밀로셰비치에 대한 판결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다른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재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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