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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CPE) 관련 실업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 학생 및 시민들의 시위가 18일(현지시간) 파리시내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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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대서 또 충돌..빌팽 총리 지지도 급락
프랑스 정부의 실업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18일에도 이어져 전국적으로 경찰 추산 50만명, 시위 주최측 주장 150만명이 참여하 는 등 시위 규모와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학생 시위의 상징인 소르본대 앞에서는 학생과 경찰 간의 충돌 사태가 또 빚어졌다. 학생들과 노동 단체는 정부에 논란 대상인 최초고용계약(CPE)을 48시간 안에 철회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CPE를 도입한 주역인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의 지지도가 2월에 비 해 크게 하락해 그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 노학(勞學) 연대로 정부 압박 = 이날 시위에는 14, 16일 두차례 거리로 나섰 던 고등학생과 대학생에다 노동계와 이들의 가족, 그리고 사회당과 공산당 등 야 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며 빌팽 총리 정부를 거세게 압박했다. 르 몽드는 인터넷판에서 학생과 노동계에 성공적인 시위였다고 보도했다. 수십만명이 동원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는 2월 7일과 3월 7일에 이어 3번째로 벌어졌고 이번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국 160건의 시위 중 최대 인파가 동원된 파리 시위에는 주최측 주장으로 35만 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경찰은 시위대 수를 8만명으로 내려잡았다. 시위대는 당페르 로슈로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가두 행진을 벌이며 빌팽 총 리가 내놓은 CPE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시옹 광장에 시위대가 모인 뒤 시위대중 일부와 경찰이 충돌해 차 한 대가 불에 탔다. 일부 시위대는 맥도널드 가게 유리창을 깨뜨렸다. 또 최루탄과 돌, 병, 골프공 등으로 공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관 4명과 시 위대원 12명이 다쳤고 최소 59명이 체포됐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저녁 소르본대 앞에서는 일주일 만에 또 학생과 경찰 간의 폭력 충돌이 빚어졌다. 나시옹 광장으로부터 이동한 학생 수백명은 병과 돌을 던지며 인근 옷 가게의 입구에 불을 질렀고 경찰 바리케이드 일부를 제거했다. 소르본대는 1주일째 폐쇄돼 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 대포로 진압에 나섰고 학생들을 구타하면서 경찰 차량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남부 툴루즈에서는 20만명 이상이 모여 학생과 근로자를 용도 폐기물로 취급하 려 한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리옹과 몽펠리에에서도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마르세유에서는 극좌파 젊은이들이 시청 건물에 올라가 프랑스 국기를 내리고 ' 자본주의 반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달아 놓는 사태가 빚어졌다. 학생들은 26세 미만 종업원에 대해선 고용주가 채용 최초 2년 동안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CPE를 '(한번 쓰고 버리는) 클리넥스 계약'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가 CPE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주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로 이미 전국 16개 대학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A P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빌팽 총리는 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학총장들도 총리에게 6개월간 CPE 시행 보류를 요구했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빌팽 총리에게 정부와 학생 및 노동계간 신속한 대화를 주문했다. 이날 시위 조직들을 공동성명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정부에 48시간 안에 CPE를 철회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이들 조직은 사회적 긴장을 초래한 책임이 전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 빌팽 총리 사면 초가 = 빌팽 총리는 고질적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CP E가 필요하다며 강행 의지를 거듭 천명해 왔다. 그러나 CPE가 등장한 이래 그에 대한 여론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19일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에 대한 지지도 가 37%에 그쳤다. 2월의 43%보다 무려 6%나 하락한 수치다. 또 CPE에 반대하는 여론도 54%에서 61%로 급상승해 빌팽 총리를 사면초가에 빠 뜨리고 있다. 2007년 대선 유력주자 중 한 사람인 빌팽 총리는 이번 사태에서 패배할 경우 막 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CPE 강행에 성공한다 해도 최근에 표출된 반발 민심이 대선 표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역시 빌팽에게는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빌팽 총리는 이래저래 험난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라이벌인 니 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관측이 많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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