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9 19:36
수정 : 2006.03.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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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새로운 노동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 18일, 프랑스 남서부 도시 낭트에서 거리를 가득 채운 수천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낭트/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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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가세 150만명 “법 폐기” 함성
프랑스가 우파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최초 고용 계약법’(CPE)에 대한 반대 물결이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다.
14, 16일에 이어 열린 18일 시위에는 전국 150여 도시에서 50만(경찰 추산)~150만명(시위 주최 쪽 주장)이 참가해, 지난 2월 이후 최초 고용계약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파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진압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시위 양상도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68혁명 이후’와 동등 고용조건 요구
교사·고등학생 등도 참여 시위 격렬
이날 시위에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들까지 가세했고, 교사와 노동자, 은퇴자들까지 참여했다. 사회당과 공산당 등 야당 지도자들도 시위대와 어깨를 나란히해, 취임 10개월째인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 정부를 압박했다. 노동조합과 대학생 연합 등 시위 주최 쪽은 공동성명을 통해 더욱 강력한 시위를 예고하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정부에 48시간 안에(20일까지) 최초 고용 계약법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 고등학생연합도 오는 23일을 ‘새로운 시위의 날’로 선언했다. 이날은 이미 지난주 발표된 수에즈-프랑스 가스 공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어, 다음주말 대규모 산학 연대집회가 이번 사태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 헙법의 국민투표 부결과 지난해 11월 파리 교외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차량방화 시위에 이은 이번 대규모 시위는 프랑스 사회의 사회불만이 폭발적 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 것이다. 6주 동안 계속됐던 지난해 11월 방화시위도 해결된 것이 아니다. 경찰력의 대규모 투입으로 잦아든 것일 뿐 또다른 분출구를 필요로 했던 셈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방화시위와 최초 고용 계약법 반대시위는 점증하는 사회 차별과 고용 불안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프랑스를 지탱해 온 ‘공화국 협약’의 해체를 막으려는 연대운동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이라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사회가 1968혁명 이후 30년 동안 완전고용과 경제확대의 황금기를 지나, 이후 30년의 경제불황 시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대선출마를 노리는 드빌팽 총리는 청년 고용시장 유연화를 노린 최초 고용계약법이 지난해 차량방화 시위를 불러온 높은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는 실용적 방안이라고 믿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좌우 어느 쪽에서도 그의 도박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50%에 이른다.
지난 11일 소르본대학 점거농성이 벌어지는 등 이번 시위는 68년의 ‘68 혁명’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차이도 크다. 68 혁명이 기성세력에 도전해 세상의 변화를 노린 이데올로기가 전면에 부각됐던 데 비해, 지금의 시위는 68 혁명 이후 세대들이 누려온 고용과 노동시간 등의 특권을 동등하게 누릴 것을 요구한다. 대학생들이 26살 미만의 젊은이들의 해고를 용이하게 한 최초 고용 계약법이 자신의 세대만의 희생을 강요한 ‘세대간 차별’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통의 분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베리시옹>의 정치 칼럼니스트 알랭 뒤아멜은 드빌팽 총리가 “프랑스를 불안하게 만드는 지도자이자 모호한 개혁가”라며 “시라크 대통령식의 몽상가이고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빌팽 총리가 다음주말까지 여론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대규모 학생시위에서 비판 도마에 올라 물러났던 프랑스 정치인들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초 고용 계약법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너무 나가버린 드빌팽 총리는 철회나 시행 보류라는 퇴로를 찾기도 어렵게 됐다는 점이 이번 사태 해결을 꼬이게 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파리/최정민 통신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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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빚는 최초고용계약
종업원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살 미만 직원을 채용한 뒤 2년 동안의 시험고용 기간에는 해고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프랑스 우파 정부가 지난해 파리 폭동 이후 기업의 사회보험 부담을 줄여주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청년 채용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프랑스 노동계는 이 법은 고용 보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처라고 비난했고, 대학생들은 ‘나이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4개월 이상 근무한 뒤 해고된 청년실업자에겐 실업수당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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