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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이하 실업률 23%…GDP 증가율 1%
공공지출은 계속 증가…사회불평등은 악화
고용법 반대파 “신자유주의 정책이 문제”
‘프랑스 고용법 시위사태’ 원인 진단
프랑스 모델의 실패인가, 프랑스 정부의 실패인가?
자크 시라크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최초고용계약(CPE)을 놓고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면서, 이른바 프랑스 모델의 유효성과 프랑스 우파 정부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초고용계약을 지지하는 이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한 프랑스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편향을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의 15~25살 실업률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영국과 독일의 청년실업률보다 7~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03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미국과 영국에 한참 뒤진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1%를 넘지 못했다.
더욱이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출이 1980년 이후 계속 증가했음에도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됐다. 프랑스 정부의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46%에서 1998년에는 54%를 넘어섰으나, 한 사회의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데 주로 쓰이는 지니계수의 감소율은 이 기간에 유럽에서 그리스를 빼면 가장 낮았다.
이런 수치는 한때 완전고용과 경제성장,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뤘던 프랑스 모델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파리 방화시위 직전에 출간된 <올터너티브 이코노믹스>는 프랑스에서 임금 중앙값의 60%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는 고용노동자의 비율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보다 낮다며 ‘노동빈민’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프랑스 모델의 위기로 단순화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 또한 만만찮다. 특히 높은 실업률이나 경제 저성장이 노동시장 경직성이나 보호주의 때문이라는 시각은 신자유주의를 전파하려는 자본의 논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보다는 프랑수 우파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방화시위와 이번 시위가 모두 우파 정부 아래서 벌어졌다는 데 주목한다.
실제 이번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프랑스 우파 정부가 실업 문제를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확대하는 계기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아프리카 등 외부의 노동력에 그만큼 개방돼 있는 시장도 드물고,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경제 개방도도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의 침체는 통일 이후 독일 경제 침체에 따른 영향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초노동계약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번 조처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 ‘이민자와 비이민자’ 저임 노동자와 고임 노동자’의 대립을 격화시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초고용계약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노동단체 세제테(CGT)의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은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 회견에서 최초고용계약은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프랑스 우파 정부의 이번 조처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경제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인도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 자본의 생존전략이라고 비판한다. 프랑스 우파 정부가 앞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위로 경찰의 공격을 받은 소르본대 앞 바리케이드에는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격문이 나붙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프랑스 시위사태’ 국내 전문가 의견 “청년층 넘어 전국민이 반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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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고용 계약법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18일 파리 시내에서 경찰과 싸우고 있다. 이날 150여개 도시에서 50만(경찰 추산)~150만(시위 진영 추산)명이 시위에 나섰다. 파리/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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