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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1 18:51 수정 : 2006.03.21 18:51

벨로루시의 제1야당 후보 알렉산더 밀린케비치의 지지자들이 20일 수도 민스크에서 시위 도중 깃발을 흔들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

미국 “재선거 해야”
동유럽국가 끌어안기 외교대결 팽팽

“적법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

1994년부터 벨로루시를 철권통치해 온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19일 82.6%의 압도적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것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이 180도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유럽쪽으로 난 러시아의 앞문 격인 벨로루시 대선에 대한 두 나라의 태도는, 옛 소련연방 소속 공화국들을 두고 벌이는 러시아와 미국의 치열한 견제와 신경전의 한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번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제재 카드를 빼들었다.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선거는 공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며 “미국은 (벨로루시 야당 후보의) 재선거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도 선거감시단 추방, 야당 지도자 체포 등을 이유로 선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벨로루시 정부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 중지 등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친러시아적인 루카셴코의 당선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선거 결과는 두 나라의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선거 과정은 보편적 기준을 따랐고, 적법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경제 통합을 진행 중인 벨로루시는 연합국가 형태의 통합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친서방적 색깔을 강화하는 옛 소련 공화국들에게 크게 오른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통고할 때 벨로루시만은 예외로 했다.

벨로루시 대선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미국의 지적은 옛 소련 공화국들을 둘러싸고 밀고당기기를 하는 러시아와의 갈등 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체제 편입과 일부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친서방 경향 강화에 힘을 써왔다. 러시아도 옛 소련 공화국들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써가며 영향력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와 그 주변국 문제를 놓고 ‘독재와 패권주의’라는 비난을 부쩍 자주 하고 있다. 지난 16일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러시아가 민주주의적 자유와 제도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발길을 뒤로 돌리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첫 방미를 하루 앞두고 발표된 민주·공화 정치인들의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의 보고서는 “러시아는 전제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대놓고 공격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옛 소련 공화국들의 독립성과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잇따른 공격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20일, “누구도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해석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지는 못한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가 이웃나라들의 민주주의 건설에 훼방을 놓는다는 미국의 지적에 대해서도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21일 800여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나선 것에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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