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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2 19:33 수정 : 2006.03.22 21:42

직업교육 강화로 노동시장 유연성 보완
10%대 실업률 5년 만에 절반으로 줄여

‘플렉시큐티리티’(안정적 유연성)를 아십니까?

프랑스가 청년실업에 대처하려던 ‘최초고용 계약제’로 곤욕을 치르는 등 높은 실업률이라는 서유럽의 중병에서 덴마크가 예외로 주목받고 있다. 고용 유연성 확보가 비결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탄탄한 사회 안전망과 맞춤형 직업 재훈련이 토대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1990년대 초 10%대에 접근한 실업률을 5년 만에 절반으로 낮춘 덴마크가 조명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덴마크를 본보기로 삼자고 주문하고 나섰고, 각국 시찰단이 몰려든다. 덴마크 일간 <코펜하겐포스트>는 이날 영국의 연구기관 ‘유럽개혁센터’ 보고서에서 덴마크가 경제 성장과 고용 면에서 유럽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1993년 9.6%까지 치솟았다. 난국의 복판에 선 사회민주당 집권기의 총리(1992~2001년) 포울 뉘루프 라스무센은 1994년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한 조어인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를 내걸고 실업률 낮추기와 경제 회생에 나섰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고용 안정이 꼭 모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플렉시큐리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다섯번째로 해고가 쉬운 덴마크에서, 잘 갖춰진 실업보험과 사회보장이 고용제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평가에 따라 도입됐다. 1998년 실업률은 5년 전에 비해 정확히 절반인 4.8%로 떨어졌고, 2년 뒤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4.3%의 실업률을 보였다. 덴마크는 지난해 4.9%의 실업률과 함께, 3.0%라는 비교적 견실한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엇비슷한 종류의 기관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미취업자나 실업자를 기다리는 것을 넘어서서, 특정 기업의 단 몇몇 일자리도 놓치지 않고 실업자들을 모아 맞춤교육을 시킨다. 개인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취업 일정을 잡아 실업자의 학위과정을 지원하기도 하고, 지역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운용한 뒤 최적의 방식을 고르기도 한다. 육아휴가 등으로 빈 일자리에 실업자를 투입하기도 한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산업구조 변화는 한 직업에 평생 매달리기 어렵게 만들어,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국가가 ‘(특정) 직업 안정’은 보장하기 힘들어도 ‘고용 안정’은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재훈련을 강화하는 대신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줄였는데도 고용 안정 우려는 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페인 노동자의 60%, 독일 노동자의 40%가 직업 안정을 걱정하는 반면, 덴마크에서는 그 비율이 10%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요즘 덴마크에서는 실직자 3명 중 2명이 1년 안에 재취업에 성공한다.

덴마크에선 직장에서도 노동자와 회사가 학습조직을 만들어 신기술을 익히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2001년 집권한 중도우파 연합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지난 20일 노동계와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에 대해, 블라디미르 슈피들라 유럽연합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1960년대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70~80년대의 독일, 90년대의 네덜란드 모델이 뛰어난 것이었다면, 이제는 덴마크와 핀란드, 오스트리아 모델이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쉽게 덴마크의 길을 따르기에는 조건이 차이난다는 시각도 있다. 인구 550만명의 덴마크에서 실업수당은 실직 전 임금의 90%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국내총생산의 4.4%에 해당하는 실업수당 및 재훈련 예산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세 징수는 국내총생산의 절반으로 스웨덴 다음으로 많다. 북유럽 노-사-정의 협력적 전통도 덴마크 모델의 정착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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