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영어연설 항의퇴장 단합 찬물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 제재도 결의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4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에너지 안보 공동전략을 개략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핵심 안보분야로 인식돼 온 에너지 부분에서 개별 회원국의 이익을 초월한 공동의 정책이 추진될 경우 `하나의 유럽'을 향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분야 애국주의 열풍이 여전한 가운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의 영어연설에 항의해 퇴장하는 소동이 발생, 단합분위기를 해쳤다.
EU 정상들은 또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서비스시장 개방 물타기법안도 지지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수정한 리스본 어젠다에 따른 성장.고용 확대전략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에 대해 대선 부정선거와 반정부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비자발급 금지 등을 포함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이틀간의 춘계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사항들을 발표했다.
▲에너지안보 공동전략 지지 = 집행위가 마련한 공동 전략 가운데 EU 차원의 에너지규제기구 신설안을 제외하곤 대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사시 EU 차원의 비축 석유.천연가스 운용, 최대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 등과 공동 협상하는 방안,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1조유로 투입방안 등이다.
에너지 규제기구 신설안은 `에너지 슈퍼권력'에 대한 우려에서 수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원자력 등 에너지 선택의 권한 역시 개별 회원국에 두기로 했다.
▲애국주의 논란 = 에너지 분야 인수.합병을 놓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과 스페인 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우려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입씨름 등 돌발사태가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이 정상회의 첫날 자국 기업인의 영어연설에 항의해 사퇴하는 소동이 발생하면서 애국주의 논란이 경제분야에 이어 언어분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았다. ▲성장.고용 확대 전략 지지 = 지난해 수정한 리스본 어젠다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를 연 1천억 유로로 늘리고,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투자를 확대하며 중소기업 창업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관료주의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정책으로 2010년까지 1천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다짐했다. 유럽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서비스시장 개방안도 그대로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안은 집행위 안을 크게 완화한 것으로 "서비스 업체가 타국에서 영업을 할때 출신국의 노동 규정을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 '출신국 원칙'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동유럽 신규가입국들의 반발을 사왔다. ▲벨로루시 제재 = 벨로루시 제재안은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는 고위 관리들에 대한 비자발급 금지와 유럽연합내 자산동결 조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미국에 대해서도 재판없이 테러 용의자 수백명을 억류하고 있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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