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9 07:40
수정 : 2006.03.29 07:40
파업 혼란과 경찰-시위대 충돌 잇따라
프랑스의 학생들과 노동계는 28일 파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정부의 실업 해소정책인 최초고용계약(CPE)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전국적인 파업으로 교통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파리 도심에서 대규모 가두행진이 벌어지는 등 주요 도시들에서 130여건의 시위가 잇따랐다.
노동계는 300여만명이 거리로 나섰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100만명 이상이 동원됐다며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CPE 철회를 요구중인 가운데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CPE의 일부 내용 조정입장을 표명하면서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 100만명 이상 거리로
이탈리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에 이르는 파리 시위에는 7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최측이 주장했다.
평화적인 가두 시위 과정에서 일부 폭력 행위도 벌어졌다. 이탈리 광장 부근에서 폭력 청소년들이 카페 유리창을 부쉈고 이들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도 몰려 다니며 경찰에 병과 돌을 던졌다.
지난해 소요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 경찰은 이날 최루탄으로 맞서는 한편 시위대 속에 사복 요원을 배치해 폭력 행위자들을 검거하는데 주력했다.
인근 경찰서를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시위대 보호가 우선 임무이고 그 다음이 될수록 많은 난동자를 검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파리 시위에서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이날 시위의 여파로 관광 명소인 에펠탑이 한때 문을 닫았다.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주최측 주장으로 25만명이 거리로 나섰고 보르도 10만명, 그르노블 6만명을 기록했다.
한편 재계는 지난해 소요 사태가 발생한지 얼마안 된 시점에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국가 이미지가 손상을 입어 투자와 관광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공공 부문 대파업으로 혼란
이날 24시간 파업으로 전국적으로 극심한 교통 차질이 빚어지고 우체국, 은행, 관공서들이 문을 닫았다.
파리 시내 지하철과 버스의 절반 가까이만 운행됐고 최고속 열차 TGV도 3대중 2대만 정상 가동됐다.
공항 항공편의 3분의 1이 취소됐으며 항공기 운항 지체가 이어졌다.
신문 발행이 중단되고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국도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조간지 르 피가로 사측은 공고 전단을 통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는 사건'으로 배달을 못한다며 사과했다.
또 많은 학교에서 휴업 조치가 내려져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다.
◇ 대화 거부당한 빌팽, 대화 거듭 촉구
시위대의 원성을 한몸에 받고 있는 빌팽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학생들과 노동계들에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27일 대화를 제의했으나 '선(先) CPE 철회'를 요구하는 주요 학생 조직및 노조들로부터 거부당했다.
빌팽 총리는 "(CPE 내용중) 두 가지 점을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혔다.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뒤 2년간은 사유 설명없이 해고할 수 있게 허용한 CPE에서 나이와 기간을 수정할 용의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태가 심각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30일로 예정된 르 아브르항 부두 준공식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여론은 여전히 빌팽 총리에게 불리하다. 르 몽드에 보도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63%가 빌팽의 CPE 고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에서는 빌팽의 라이벌인 사르코지 총재겸 내무장관의 해결책에 동조하는 세력이 형성되며 내부 균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은 4월로 시행이 예정된 CPE 강행을 보류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의문을 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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