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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2 19:44 수정 : 2006.04.12 19:44

개정 주도한 선거법에 ‘뒤통수’
득표차 0.07%p로 의석차 67석

11일 개표가 끝난 이탈리아 총선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에게는 억세게 운 나쁜 선거로 기억되게 됐다. 하원에선 자신이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이 불과 0.07%포인트 차로 중도좌파연합에 다수당을 내주고, 상원에서는 오히려 1.3%포인트 앞서고도 주도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결과는 베를루스코니 총리 자신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베를루스코니 총리 주도로 개정된 새 선거법은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앞선 정당에 압도적인 다수당의 위치를 부여하고 있다. 새 선거법을 적용하면, 득표율 49.80%로 중도우파를 0.07%포인트 앞선 중도좌파는 하원 630석 중 348석을 차지한다고 <디피에이통신>이 보도했다. 중도우파는 281석이다. 득표율 0.07%포인트 차이가 의석 점유율에선 10.6%포인트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이탈리아의 선거제도는 1993년까지 완전한 비례대표제였지만, 1994년부터 지역구 후보로 75%를 선출하고 25%는 정당명부제로 뽑았다. 그러다 지난해에 이전의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면서,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은 진영이 최소 54%의 하원 의석을 가져가게 만들었다. 또 좌·우파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안팎 정당들에 대해서는 득표율에 따라 복잡한 의석 배분 공식을 적용한다.

중도좌파가 158석으로 1석 차이의 과반을 차지한 상원의 경우는 베를루스코니에게 더 억울한 경우이다. 156석을 차지한 중도우파의 전체 득표율은 50.2%로, 48.9%를 얻은 중도좌파를 오히려 앞선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20개 지역별로 비례대표식 선출이 이뤄진 탓이다.

법 개정을 주도한 것은 베를루스코니 자신이다. 당시 야권에서는 “장기집권 기도”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연합세력을 확대해 한 표라도 앞서고,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의회 주도권을 쥐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던 총리가 대패를 예상하고 승자와 패자의 하원 의석을 340-290석 정도로 만들어 피해를 줄이려 했다는 엇갈린 관측도 있다.

11일 늦게 입을 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현재로선 (패배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표) 수치에는 모호한 면들이 아주 많다”며 “개표가 변칙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중도우파는 상·하원에서 각각 100여만표의 무효표가 나왔고, 하원의 표차가 2만5224표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재검표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한편 좌·우가 동거하는 독일식 대연정을 프로디 전 총리한테 제안했다. 그러나 프로디 전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는) 베를루스코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런 제의를 거절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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