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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4 16:15 수정 : 2006.04.24 16:15

“집에 일찍 가고 싶지만 회사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네요.”

4살과 7살짜리 두 아이의 엄마인 스페인의 가정주부 아나 델가도(36)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칠 때 아이들을 데려오고, 오후 내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이런 그의 평범한 행복은 최근 이 나라의 독특한 풍습‘시에스타(siesta)’에 빼앗기고 말았다.

시에스타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의 낮잠자는 풍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무더운 한낮에 일을 멈추고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한 뒤 열심히 일 하자는 취지로 생겼다.

대기업 회계 부서에서 일하는 델가도는 1시30분에서 4시30분까지 긴 점심 시간을 가진 후 밤 8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결국 퇴근이 늦어지면서 델가도 가족의 스케줄은 한밤중까지 엉망이 돼 버렸다.


델가도와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스페인에서는 시에스타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앞장서서 시에스타 없애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시에스타가 ‘유럽 경제 발전기’로서의 스페인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스페인 정부는 모든 정부 기관에 12시30분에 부터 45분동안만 점심 식사를 하고 6시에 퇴근하는 법규를 만들었다.

정부 대변인 페르난도 모랄레다는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자는 모습만 간신히 볼 수 있다”며 “시에스타를 없애, 점심시간을 줄이고 가족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 점심 시간과 늦은 퇴근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즈니스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서 시에스타가 유럽 경제의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시에스타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은 밤 10시 이후가 돼서야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도 늦게 자서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수면시간이 40분 가량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에스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법령이 작업장 사고율을 낮추고, 스페인의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점심시간이 짧아졌다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시에스타 폐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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