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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4:42 수정 : 2006.05.22 14:42

프랑스 정계의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이 종착역에 거의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필립 롱도 장군의 수첩 공개와 이마 라우 정보처리 실무자 등 관련자 대부분의 발언들이 속속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대대적인 미디어 공방

지난 2001년 6월에 클리어스트림 은행의 비밀 구좌 정보가 당국에 접수된 후 최근에 언론을 통해서 그 사실들이 밝혀지기 전에는 상당히 느린 속도로 조사와 발표가 진행되었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뉴스들은 수사 당국을 통해 나오지 않고 언론에 먼저 공개됨으로써 그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클리어스트림 스캔들 발단

2001년 6월 22일, 반 림베크(Van Ruymbeke) 예심판사(검사)와 도미니끄 드 딸랑세(Dominique de Talancé) 예심판사에게 룩셈부르그에 있는 ‘클리어스트림’이라는 은행에 막대한 커미션이 입금되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2003년 3월, 이미 프리킷함 판매 스캔들에 대해 조사한 책을 2001년과 2002년에 출판했던 드니 로베르 기자가 EADS의 전산요원이고 DGSE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이마드 라우(Imad Lahoud)에게 클리어스트림 구좌 정보를 시디에 담아 전달했고, 라우는 이를 DGSE에 제출하고 원본을 로베르 기자에게 되돌려 줬다.


2003년 11월에 필립 롱도 장군은 장-루이 제르고랭 EADS 부사장으로부터 정치인(로랑 파비우스, 도미니끄 스트로스-칸 등), 경제인(필립 델마), 정보국, 연예인(래티씨야 가스타)의 이름이 들어있는 파일을 전달한다. 그는 필립 마를랑(미쉘 아이요-마리 국방장관 참모부장)으로부터 관련 공무원들을 조사해 달라는 명령을 받는다.

드 빌뺑 총리의 개입

그런데 롱도 장군은 2004년 1월 9일에 도미니끄 드 빌뺑 외무장관의 호출을 받는다. 상식적으로 드 빌뺑 장군은 정보나 수사 체계상 주무 장관이 아니었다. 국제 테러리스트에 관련된 정보 등을 이유로 쉬락 대통령의 지시에 근거한 이 조사 명령 내용에 사르꼬지 장관과 다쏘 및 르 피가로 등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니꼴라 사르꼬지의 구좌를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익명의 투서

2004년 5월 3일에 한 익명의 편지(후에 제르고랭으로 확인)가 반 림베크 예심판사에게 전달된다. 그 내용에는 클리어스트림 비밀 구좌에서 대만에 프리킷함대를 판매한 리베이트 자금이 불법 세탁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사자로 지목된 델마를 소환 구속하고 컴퓨터를 압수하였으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6월 14일에 새로운 편지와 시디롬이 전달되었고, 알랭 마들랭, 니꼴라 사르꼬지 등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7월에 델마의 소송 제기로 조사가 시작되었고, 9월에 공판이 열렸다.

사르꼬지와 드 빌뺑의 언쟁

10월 15일에 DST 국장이 사르꼬지와 드 빌뺑에게 조사 기록을 보여 주었고, 드 빌뺑은 모든 오해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했고, 사르꼬지는 자신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조사하고,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았다는 데 대해 항의했다. 그는 많은 부분이 은폐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사르꼬지의 소송 제기

2006년 1월 31일에 사르꼬지 내무장관은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를 조작한 사건에 정보 기관이 관련되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다. 2006년 3월과 4월에 정보 기관 및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수색이 실시되었다. 그 후 사법 당국과 언론의 조사와 발표가 이어지고, 언론을 통해 드 빌뺑 총리의 개입, 쉬락 대통령의 연루, 쉬락 대통령의 일본 비밀 구좌설 등이 계속 발표된다.

언론을 통한 열띤 공방

이 시기부터 대부분의 발표는 언론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당국의 조사보다 언론에 먼저 발표하는 언론 플레이가 전개되면서 조사 진행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당시까지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 공식화 되지 않았었지만 5월 10일의 까나르 앙쉐네(Canard enchaîné)가 제르고랭이 투서자임을 반 림베크 판사가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쉬락 대통령은 처음으로 개입하였는데, 그는 드 빌뺑 총리를 경질할 의사가 없다고 발표하였다.

대통령 연루 의혹 제기

5월 11일에 르 몽드지는 필립 롱도 장군의 메모를 공개하였는데, 여기에는 쉬락 대통령의 연루와 드 빌뺑 총리의 지시가 드러난다. 누가 익명 투서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은 장-루이 제르고랭이 최소한 첫 두 우편물을 보냈다고 언론에 시인함으로써 그간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투서 이전에 이미 필립 롱도 장군이나 예심판사와 접촉했던 사실이 필립 롱도의 수첩 공개로 확인되었고, 당사자들은 거의 알고 있었던 사항으로 밝혀짐에 따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밀려났다.

조사 목적은?

제르고랭은 단지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 당국에 전달했으며, 그가 제공했다는 사실도 관련자들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제르고랭은 또한 자신에게 리스트를 제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생명의 위협 등을 이유로 밝히기를 거부했다.

4월 28일에 롱도 장군은 드 빌뺑으로부터 사르꼬지에 대한 조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고, 드 빌뺑 총리는 이를 부인했으며, 엘리제궁은 통상적인 정보 조사만을 지시했었다고 밝혔다. 드 빌뺑 총리의 주장으로는 관련 리스트에 사르꼬지 내무장관이 있었고, 이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당시 초기에는 사르꼬지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된 점으로 보아서 누군가 음해하려고 리스트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제고르랭은 5월 18일의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반 림베크 판사에게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의 군수 관련 비밀 자금과 관련된 클리어스트림 은행과 마피아 정보 등을 전달했었다고 말했다. 반 림베크 판사의 폭로로 궁지에 빠진 제르고랭은 자신이 까마귀(le corbeau, 익명의 투서자)라는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까마귀란 '나쁜 의도를 가지고 폭로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사르꼬지도 이미 알았을 것…"

또한 제르고랭은 반 림베크 판사에게 정보를 전달한 후 필립 롱도 장군에게도 이를 알렸다고 말했다. 롱도 장군은 틀림없이 미쉘 마리오-마리 국방장관이나 도미니끄 드 빌뺑 장관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이는 제르고랭과 반 림베크 판사의 접촉에 대해 국방장관에게 전달되었다는 롱도 장군의 메모로 확인된다. 그러므로 2년 전부터 관련 정치가들은 제르고랭의 정보를 알고 있었고, 담당 판사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니꼴라 사르꼬지 내무장관도 2004년 7월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리스트 작성자는 누구?

제르고랭에게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마드 라우는 롱도 장군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롱도 장군의 메모에는 이마 라우가 해킹으로 클리어스트림 구좌를 열어서 확인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자신은 단지 드니 로베르 기자로부터 시디를 전달 받았고, 이를 당국에 전달했을 뿐이며, 어떤 조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롱도 장군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전산요원들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조사 작업 일체는 DGSE에 기록되어 있으니 이를 확인해 보면 된다는 것이다.

클리어스트림 스캔들 배경에 대한 단상

이 스캔들이 문제화 되고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 핵심에 니꼴라 사르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끄 쉬락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 했지만 그의 도덕성이나 리더쉽이 최고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당 내 경쟁시에 알랭 쥐뻬 등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었다.

알랭 쥐뻬의 낙마로 큰 타격

대통령에 당선된 후 거의 전적으로 알랭 쥐뻬와 호흡을 맞추려 했지만 사회보장 축소를 위한 개혁에 반대한 1995년 대규모 파업과 각종 정치 스캔들로 뒷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게다가 쉬락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파리 임대주택 스캔들 등으로 끊임없이 신뢰도는 하락했다.

드 빌뺑 총리의 부상

알랭 쥐뻬가 물러난 후 쉬락 대통령은 비교적 정치적 야심이 약하고 관리가 쉬운 라파랭을 총리로 기용했다. 우파 내의 세력 분포에서도 중립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특히 니꼴라 사르꼬지라는 정치적 경쟁자를 무시할 수도 없고 중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대안이었다. 이와 동시에 쉬락 대통령은 도미니끄 드 빌뺑 현 총리를 외무부장관으로 기용했다. 다른 정치가들과 구별되는 점이 선거를 통해 성장한 정치가가 아니라 관료로 기용된 정치가라는 점이다. 물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드 빌뺑 총리도 국립행정학교 출신이고, 프랑스 사회의 최고 엘리트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선거를 통해 성장하지 않았고 외부에서 기용된 정치가라는 점이 니꼴라 사르꼬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 후의 모든 정치적 선택에서 두드러진다.

추진력의 대명사 니꼴라 사르꼬지

반면에 니꼴라 사르꼬지는 그 이력 면에서 상당히 특이하다. 신문지상에는 헝가리 출신 이민자의 후예 등으로 소개되지만, 그의 이름 니꼴라는 유태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신문지상에는 별로 발표되지 않지만 프랑스인들과의 대화에서는 흔히 나오는 부분이다. 과연 유태인에게 정권을 넘겨줄 것인가 ? 라는 질문과 함께…

남쪽이 아닌 서쪽이 늘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파리 서쪽 근교의 부촌 느이-쉬르-센느가 사르꼬지의 정치적 출발점이다. 세느강이 파리 시내를 관통하고 다시 휘어지는 지점, 여의도 같은 섬을 포함해 주거 환경으로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근교도시에서 사르꼬지는 20대에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르몽드지가 특집 판에서 소개했듯이 다른 지역과 도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고 수준 높은 도시에서 사르꼬지는 지난 선거에서 80%에 가까운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선되었다.

가급적 멀리하고 싶은데…

대부분의 여야 정치가들과 달리 국립행정학교 출신이 아닌 사르꼬지의 성장은 ‘끼리끼리 잘 해보고 싶은’ 정치가들에게는 일단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하는 추진력 때문에 국민들은 물론 기업가 등 지도층 인사들도 그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지고 따라간다.

2004년 지방선거 패배 후 개각에서 쉬락 대통령은 사르꼬지를 경제부 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언론은 바나나 껍질을 깔았다고 평했다. 미끄러져 넘어질 것이라 예상한 기용이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어려운 경제 환경이니 경제부 장관을 맡겨서 그의 능력의 한계를 보여 주고 인기 상승 흐름을 꺾겠다는 것이고, 혹은 좋은 성과를 거둔다 하더라도 프랑스 경제에 도움이 되고, 쉬락은 적절한 장관 기용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익명의 투서 사건 발생

이처럼 니꼴라 사르꼬지에 대한 쉬락 대통령 진영의 견제가 지속적인 상황에서 익명 투서 사건이 발생했다. 롱도 장군의 수첩으로 보면 이미 투서 이전에 클리어스트림 은행에 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한 의혹이 있다면 국가 정보 기관이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개의 경우 비밀스럽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사르꼬지 몰래 추진한 조사

장-루이 제르고랭은 최근의 인터뷰를 통해 필립 롱도 장군이 동석한 2004년 1월 9일 모임에서 분명히 사르꼬지에 대한 조사를 의논했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내무부 소속 정보기관인 DST가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드 빌뺑은 사르꼬지에게 알려진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했고, 이 모임 이후 롱도 장군의 수첩에는 사르꼬지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 특히 두 사람 공동 명의의 구좌에 대한 조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

누군가 악의적으로 투서를 하고 음모를 꾸몄지만 정보 담당자나 정보 기관, 그리고 언론이 어느 정도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근거 없는 리스트로 언론 플레이를 하지도 않았고, 급하게 종결하지도 않았다. 몇 년에 걸쳐 확인하고 조사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정권 수뇌부를 위해 일하는 정보요원도 정권만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송 제기에 따라 각자의 이익을 위해 사법기관이나 언론에 발표를 하기 시작했지만 대체로 최소한의 근거를 가지고 했으며, 나중에 오보로 밝혀진 것은 별로 없었다. 최종 언론 인터뷰 경쟁 전까지 대개의 조사가 사법 당국에 의해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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