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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8:30 수정 : 2006.05.23 09:26

드빌팽 총리,대권 경쟁자 사르코지 내사 파문
총리측근 허위제보·비밀요원 연루 갈수록 확산

1970년대의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자칼을 체포한 비밀요원, 오사마 빈라덴이 돈세탁을 하던 은밀한 금융기관,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국외 비밀계좌….

요즘 프랑스에서는 클리어스트림이라는 금융회사의 비밀계좌를 둘러싸고, 한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와 차이가 있다면, 첩보물과 정치미스터리물의 최고 배역과 소재들이 모두 등장하는 이 상황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이다.

‘사르코지의 비밀계좌를 조사하라’=지난 4월28일 <르몽드>는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대만에 대한 프리깃함 판매와 관련된 비리사건에서 정적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비밀계좌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 사건을 조사하던 비밀요원 필리프 롱도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프랑스 정국은 발칵 뒤집혔다. 대만에 프리깃함을 팔면서 유력 정치인이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의미인데다, 차기 대통령직을 놓고 여권 내부의 권력암투까지 겹친 것이다. 드빌팽과 사르코지는 차기 대통령직을 놓고 겨루는 여권 내부의 라이벌이다. 드빌팽은 즉각 문제의 비밀계좌 소유 리스트에 정치인은 없고, 사르코지는 거명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르몽드> 보도와 관련해, 2001년 포착된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담당 검사 앞으로 두 통의 편지와 시디롬이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클리어스트림이라는 금융회사에 사르코지 장관, 사회당의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전 재경부 장관, 장피에르 슈벤망 전 내무장관 등의 비밀계좌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르몽드> 보도는 이 제보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제보는 허위로 드러났다.

총리의 측근이 제보=이렇게 되면서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증폭됐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허위제보를 했느냐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사르코지가 연루설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드빌팽의 측근인 장루이 제르고랭 전 유럽항공방위산업 부회장이 자신이 ‘코르보’(익명의 편지 작성자)라고 실토하고 말았다. 롱도가 드빌팽에게 이 사건을 보고할 때 동석했던 것으로 지목됐던 제르고랭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실토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롱도의 내사결과도 새로 폭로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비밀계좌가 일본에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드빌팽과 시라크 등 여권의 수뇌부가 궁지로 몰리면서 ‘판도라의 상자’ 같은 롱도의 내사결과로 관심은 이동했다. 롱도도 결국 언론 앞에 나서 자신의 조사내용이 너무 왜곡·날조되고 있다며 지난 18일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했다.

검은돈 세탁을 밝히려던 비밀요원?=사건의 실마리인 롱도는 1994년 ‘자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전설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를 체포하는 등 베테랑 비밀정보요원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2대 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과 대내정보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그는 프랑스의 좌우 정파 내각 모두에서 자문역으로 활동했고, 아랍권 정상들에게도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력으로 그가 클리어스트림 스캔들 내사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클리어스트림은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라덴의 돈세탁 장소로 밝혀진 세델이 이름만 바꾼 회사다. <프랑스2> 방송은 클리어스트림에서 매일 5천억유로 규모로 40만건이나 이뤄지는 국제거래 가운데 60%가 거래 당일 바로 정보를 삭제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불투명한 거래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의 독재자와 마피아 기업인들이 주요 고객이며, 일본을 비롯해 한국·북한·말레이시아 등 거의 모든 나라의 인사들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소환에 버티던 롱도는 검찰이 자신의 집에서 압수수색한 정보와 자료들을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22일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롱도의 판도라 상자는 어디까지 열릴 것인지를 놓고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눈길이 많다.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06@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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