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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6 19:15 수정 : 2006.06.06 23:15

세골렌 루아얄 의원

유력 대선주자 루아얄,주35시간제 비판
‘비행청소년 군대교육’ 등 우파색깔 드러내

유럽 좌파 정당의 대표 격인 프랑스 사회당에 ‘우향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진원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세골렌 루아얄(52) 의원이다. 지난주부터 부쩍 잦아진 우파적 발언에 당내에서는 비판이 나오지만, 밖에서는 호응이 일고 있다.

루아얄은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주35시간노동제가 “혼란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2000년 좌-우 동거정부 때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법정노동시간을 4시간 줄여 도입한 주35시간제는 사회당의 치적으로 여겨지기에, 놀랍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회당의 금기를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루아얄의 주장은, ‘노동시간 단축이 탄력적 노동시간제와 결합해 여성과 미숙련 노동자들의 상황을 악화시켰다’로 요약된다. 그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따라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10%에서 40%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루아얄은 자동차 부품업체 미슐랭을 예로 들며, 경영진의 휴일은 늘었지만 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에서는 주35시간제의 평가가 엇갈린다. 일자리 35만개를 창출했다는 호평과,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하지만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주35시간제의 예외없는 적용을 내걸 사회당은 그의 주장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의원은 루아얄을 향해 “사회당 후보로 나설지, 사회당에 맞서는 후보가 될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루아얄과 사이에 자녀 넷을 둔 동거인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대선 후보가 아직은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루아얄이 “범죄 엄단”이나 “가족의 가치”와 같은 우파적 구호를 답습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파리 교외 이민자 소요사태의 중심지 봉디를 찾은 지난달 31일 밤, 루아얄은 비행 청소년들을 군인들한테 보내 “프랑스에서 태어난 게 행운”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 부모들도 ‘부모 학교’로 보내 교육시키겠다고 했다. 비행 청소년의 군대교육에 대한 <르몽드> 여론조사에서는 69%가 찬성했다. 특히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지지자의 81%가 찬동해, 루아얄의 노선이 우파 성향에 호소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나한테 더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으니, 루아얄과 그 동료들은 나를 지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비아냥댔다.

오른쪽으로 돌아선 좌파 정치인의 대명사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존경한다고 말하고 징병제 폐지를 비판하는 루아얄이지만, 인기는 변함이 없다. 인기도 조사에서 우파 대선 후보 사르코지 장관을 앞서는 경우가 많아, 12년 만에 사회당에 정권을 되돌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통상적 방식과 반대로, 루아얄은 당내 지지 확보 전에 여론을 먼저 얻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르몽드> 조사에서 사회당 지지자의 48%가 루아얄이 “좌파적 가치로부터 멀어져 간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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