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에 ‘편견.차별 적은 사회’ 명성 퇴색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적은 나라로 알려졌던 네덜란드에서 9.11 테러 이후 피부색이나 인종, 종교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욕설과 신체적 학대 등 차별을 실감하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반인종차별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이 정부 의뢰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非)서유럽 출신 네덜란드 주민의 절반 가량인 47만5천명이 이런 차별로 고통을 느낀 것으로 평가됐다. 차별감은 터키와 모로코계가 가장 심하게, 수리남 등 옛 네덜란드 식민지 출신자들이 그 다음으로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서구 출신 주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뿐 아니라 취업이나 입학 때에도 차별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보고서는 "인종차별이 노동시장, 교육 등 사회의 기본적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사람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거나 사회적 통합을 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주의 4분의 1 가량이 비서구 출신 소수자들을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정부 측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특히 차별 혐의를 받는 사건의 4분의 1정도 만 신고되고 있으며, 경찰도 이를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때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편견이 없는 사회로 알려졌으나 9ㆍ11 테러와 2004년 11월 영화제작자 테오 반 고흐가 무슬림에게 피살된 뒤 네덜란드 사회에서 반(反)이슬람 반(反)이민자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인의 다수는 여전히 관용적이라는 점도 확인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소수자 차별 방지 정책 개발을 맡고 있는 리타 베르동크 이민부 장관은 "네덜란드에 사는 모든 사람은 평등한 사회의 시민으로 모든 형태의 차별과 인종에 대한 편견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강력한 이민규제정책을 추진해와 비판도 받고 있는 베르동크 장관은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야 대책을 검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반인종차별협의회, 안네 프랑크 재단 등이 이민자와 네덜란드인 1천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과 경찰과 정부 출연한 반차별기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헤이그 AP=연합뉴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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