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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정부군 발포로 최고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14일 이 지역 주민들이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희생자들의 주검 주위에 모여 있다. 안디잔/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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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쏘고 있지?” “우리편이야, 우리”
작년 5월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시위사태 당시 정부군의 유혈 진압까지의 상황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 109분짜리의 이 테이프는 시위대속에 있던 2명이 촬영한 것으로, 대부분 평화적인 인파 속에 소수의 무장한 남자들도 섞여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강경진압이 절박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정부측 주장을 거들어주고 있다. 정부 당국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보이는 테이프는 그러나 인권운동가와 목격자들이 정부군에 의한 학살로 비난하면서 정부군이 시위대를 향해 자동화기를 무차별 발포했다는 장면 등은 빠져 있다. 카네기 재단은 이 테이프를 홈페이지에 올린 데 대해 지난 해 5월13일 발생한 비극적인 사태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수된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테이프 내용은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AP통신 기자들이나 광장에서 평화적인 군중속에 무장 세력이 섞여 있었음을 봤다는 시위 참가자들의 목격담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강경파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사망자가 187명으로 공식 발표된 안디잔 사태가 이슬람 과격파들이 사주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이 대부분 비무장한 군중들을 향해 사전 경고없이 발포했으며, 사망자도 수백명에서 1천명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비디오에는 차도르 등 이슬람 전통복장을 한 여성들과 터번을 쓴 흰수염의 남성, 흥분한 청년, 그리고 일부 자동소총을 가진 남자 등이 광장의 다른 시위대와 섞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를 잇따라 외치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으며, 한 흰색 건물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2명의 남성이 "누가 쏘고 있지?" "우리편이야, 우리" 등의 말도 수록됐다. 카네기 재단은 이 테이프가 갑자기 시작되고 갑자기 끝나는 등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짜깁기가 이뤄진 것이 틀림없다면서 안디잔 사태를 가능한 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의도된 것 같다고 밝혔다. 재단은 비디오에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하고 있고, 인질을 잡고 있으며, 시위대 한쪽에서 화염병을 만드는 장면 등이 분명히 들어있지만 정부측의 주장을 옹호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테이프가 지난 해 10월 시위 주모자 15명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반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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