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연대’ 붕괴로 친러 야누코비치 총리후보론 급부상
2004년말 우크라이나 시민혁명 세력간 연정추진체인 이른바 '오렌지연대'가 붕괴하고 최대 야당인 '지역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대세력이 의회를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우크라이나 대외정책이 친유럽 성향에서 친러시아쪽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발효된 신헌법에 따르면 의회 과반수 연합세력이 총리와 정부각료(외무, 국방장관 제외)들을 선출하는 등 대통령 보다 큰 권한을 갖게 돼있어 친러성향의 지역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역당 의원들은 7일 원내총회를 열고 친러파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수를 총리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당은 또 사회당, 공산당과 연대를 구성해 야누코비치를 단일총리 후보로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총선 결과, 지역당(186석), 사회당(33석), 공산당(21석) 의석을 합할 경우 240석으로 과반의석(225석)을 넘게돼 야누코비치는 출마만 하면 총리에 선출될 전망이다. 야누코비치는 지역당 의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혀 그의 총리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총리로서 친러 정책을 펴왔던 야누코비치는 그해말 대선에서 친서구 공약을 내건 빅토르 유셴코 후보에게 패해 대통령 자리를 내준 바 있다.이후 유셴코 정권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친서구 외교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대통령 보다 권한이 커진 야누코비치 총리가 국정을 장악해 친러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외교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 의회 의장에 선출된 알렉산드르 모로즈 사회당 당수는 이날 "우리는 이웃국가,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올바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나톨리 키나흐 우크라이나 산업기업가연맹회장도 이날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렌지연대 붕괴로 외교정책의 변화가 예상되자 보리스 타라슉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대외정책은 의회 구성과 정부각료 인선에 영향받지 않고 지금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상 대통령이 외무장관을 임명함으로써 대외정책 실현은 여전히 대통령 전권사항임을 강조했다. 오렌지연대인 여당 '우리 우크라이나당'과 티모셴코블록, 사회당은 지난달 22일 연정에 합의했지만 알렉산드르 모로즈 사회당 당수가 약속을 깨고 지난 6일 의회 의장직 표결에 출마, 지역당의 후광을 입고 선출되면서 연대는 무너졌다. 모로즈는 우리 우크라이나당과 티모셴코블록이 의장 선출 표결을 보이콧한 가운데 지역당과 사회당, 공산당의 표를 싹쓸이해 무난히 당선됐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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