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레인지 감독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수없이 있지 않느냐"면서 "이 영화를 보고 부시의 암살을 생각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레인지 감독은 영국인 감독이지만 미국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 시카고에서 현지촬영을 했고,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실제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해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레인지 감독은 차기 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극단적 분열상을 보이는 내년 10월 부시가 암살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재계 지도자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거대한 반전 시위와 맞닥뜨리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설 일정을 강행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시카고의 셰라톤 호텔을 떠나려 할 때 저격범이 쏜 두발의 총탄을 맞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지지만 끝내 운명하고 만다. 대통령 암살의 여파로 미국 사회는 극심한 국가적 불안에 빠져들고, 체니 부통령이 부시의 뒤를 이은 후임 대통령에 임명되고 조사를 낭독하는 장면도 나온다. 부시 암살장면은 지난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의 힐튼호텔을 나서다가 존 힝클리가 쏜 6발의 총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바 있는 사건을 연상케한다. 이 영화는 오는 16일까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시사회를 가진 뒤 다음달 9일 영국 방송 채널4의 자회사인 '모어4' 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 제작진들은 이 영화를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영화배급소들에게 판매할 계획이어서 지난 2005년 대선당시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을 놓고 큰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2008 대선을 앞두고 또한번 논쟁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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